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신차를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해온 무상 수리 서비스를 올 해를 끝으로 종료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주요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되자 늘어나는 서비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장 판매 경쟁력과 직결된 신차 가격을 올리진 않더라도 현지 생산 확대와 비용 절감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미국법인은 최근 현지 딜러사에게 2026년형 신차 모델부터 차량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 서비스는 2020년 2월부터 신차를 구입한 미국내 모든 고객에게 3년 또는 3만 6000마일 동안 무상으로 엔진 오일과 오일 필터를 교체해줘 적잖은 인기를 모았다. 타이어 위치 교환 서비스와 각종 점검도 함께 제공해왔다.
회사 측은 무상 수리 종료를 결정한 데 대해 “서비스 운영 비용의 증가”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예고대로 늦어도 다음 달 3일부터 주요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가 매겨지면 부품 교체 비용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에 현대차 미국법인은 선불 결제 고객에게 차량 유지·관리를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을 줄여갈 계획이다. 업계에선 현대차를 시작으로 미국에 진출한 완성차 제조사의 무상 서비스 축소·중단을 포함한 비용 감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신차 판매 가격은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며 시장 불안감을 달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6월까지 모든 판매 모델의 권장소매가(MSRP)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면서 “MSRP 약속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차량을 제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송호성 기아(000270) 최고경영자 사장도 지난 3일 취재진에게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고 아직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