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20년간 혼자 살아”…시골 할머니 HIV 감염 미스터리

2025-08-07

국내 한 시골에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세 이후 나이에 진단 사례가 많지 않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할머니는 20여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후 시골에서 줄곧 홀로 살아왔으며 이후 성관계는 없었다고 한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면역 결핍이 심해져 합병증이 생기면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이다. 국내 HIV 감염인은 20∼40대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에 집중돼 있다.

7일 국제학술지 ‘임상 사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따르면 국내 한 병원 의료진은 최신호 논문에서 지난해 림프종에 따른 항암제 치료를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HIV 양성으로 최종 진단된 할머니 A씨의 사례를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A할머니의 HIV 감염 경로는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A할머니는 20여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후 시골에서 줄곧 홀로 살아왔다. 이후 성관계는 없었다고 한다.

함께 살았던 남편은 심장 질환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시술과 검사를 받았던 터라 진단되지 않은 HIV 감염 가능성은 작았다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더욱이 A할머니는 림프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수술이나 입원은 물론 수혈, 주사 약물 사용, 침술, 문신 등의 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경로가 발생할 상황에 노출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자녀의 경우 이후 시행된 검사에서 모두 HIV 음성으로 판정됐다.

의료진은 A할머니의 혈액 내 면역세포(CD4) 수가 많고,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점으로 미뤄 이미 수년 전에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HIV 감염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A할머니의 감염 경로보다 고령자에 대한 HIV 진단이 부재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고령자의 성생활을 배제하거나 HIV를 노인의 질환으로 보지 않는 편견이 진단 지연의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고립과 낮은 건강정보 이해력도 진단이 늦어지는데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부분의 HIV 검사는 13∼64세 사이의 연령을 중심으로 권장되고 있으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지침이나 80세 이상 감염자 통계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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