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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 초기 진단을 받은 41세 남성이 있다. 이 환자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았지만, 전립샘암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았다. 의료진이 이 남성의 암 가족력을 확인해 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었고, 할아버지는 젊어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고모는 난소암으로 치료 중이다. 이 남성의 가족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정답은 ‘BRCA 변이’다.

선천적으로 암에 약한 체질이 있다. 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전체 암 환자의 5~10%가 이런 유전성 암 환자다. 암 유전자인 BRCA 변이를 지닌 사람은 유방암·난소암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는 BRCA 변이를 가졌는데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난소암, 외할머니는 난소암, 이모는 유방암에 걸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등 암 가족력이 있었다. 졸리는 2013년 양쪽 유방·난소를 순차적으로 제거했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내린 고육책이었다.
BRCA 유전자는 유방암을 의미하는 BReast CAncer gene(유방암 유전자)라는 의미다. 이름은 유방암 유전자지만, 사실 이 유전자는 세포 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지만, 돌연변이 상태에서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는 “암을 억제하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DNA 손상이 축적돼 결과적으로 세포가 통제 없이 증식하고, 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름 탓에 모계로만 유전되고, 여성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 이 유전자 변이는 남성의 전립샘암·췌장암 등을 유발한다. 국립암센터 비뇨의학과 정재영 교수는 “BRCA 변이를 가진 남성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최대 8.6배 높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 주의해야 할 암 유전자 BRCA 변이는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받아 전달될까.
부모 모두 BRCA 변이 있으면 자녀는 75% 확률로 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