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깜찍하고 기발한 거짓말, 아니 상상력!

2025-03-20

곰이 샌드위치를 먹어 버렸어

줄리아 사콘로치 글·그림 | 김인경 옮김

책과콩나무 | 40쪽 | 1만4000원

사건의 시작과 끝에는 그 녀석 ‘곰’이 있었다. 햇살 따뜻한 봄날, 먹성 좋은 곰은 콧속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냄새를 쫓아 산딸기가 가득 실린 트럭의 짐칸에 몰래 올라탔다. 냠냠 쩝쩝. 트럭의 산딸기를 몽땅 먹어치우고는 그대로 쿨쿨 잠에 빠져들었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자신이 살던 숲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도 모른 채.

트럭을 탄 곰이 도착한 새로운 숲은 ‘빌딩 숲’이었다. 도시는 흥미로운 냄새로 가득했지만, 가장 맛있는 냄새는 이미 고양이나 비둘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배회하던 곰은 공원의 벤치 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를 발견했다. 산딸기를 훔쳐먹던 노하우를 발휘해 살금살금 다가가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해치웠다.

완전범죄인가 했는데, 등 뒤에서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공원 애견보호소 안의 수많은 강아지들에게 범행 현장을 들켜버린 것이다. 깜짝 놀란 곰은 꽁무니가 빠져라 공원 밖으로 뛰다가 키 큰 나무 꼭대기에 올랐다. 그 나무는 숲으로 돌아가는 배의 돛이었다. 곰은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사실이 아니다.

옹알이를 하던 아이가 단어와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찬탄한다. 그 아이들이 어느 순간 거짓말을 시작하면 어른들은 걱정한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곰의 여정 끝에 숨은 반전은 우리의 상식을 전복한다. 거짓말이 반드시 해악이 아니며, 거짓말의 순기능은 ‘상상’이라는 것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은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려면 허구의 배경과 인물을 정하고, 그물을 엮듯 서사를 이어가야 하는데, 상상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어린 자녀가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면 ‘이 녀석, 상상력이 좋구나’ 생각하며 너그럽게 봐주자특별한 이야기꾼으로 성장하는 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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