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과기부총리제 성공 조건...권한 없는 컨트롤타워는 없다

2025-10-20

새 정부의 내년도 국가연구개발(R&D) 예산 증액과 과학기술부총리 체제 출범은 과학기술계가 오랫동안 바라던 바다. 이는 국가적 위기 대응과 미래 준비를 위해 과학기술이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과총은 정부 정책 방향에 환영을 표하며,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하는 '과학기술부총리호'는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종합조정 기능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 R&D 투자를 이어왔지만, 부처별로 흩어진 분산형 체제 속에서 효율성이 떨어졌고, 과기정통부가 가진 배분·조정 권한은 기재부의 편성권에 가로막혀 실질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단순 직제 격상이 아니라 국가 R&D 재원을 전략적으로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확보될 때 비로소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발휘할 수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총지출의 5%를 R&D에 투자하고 배분·조정 범위를 확대하며 심의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한국은 GDP의 약 5%를 R&D에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의 창업·사업화 전환은 여전히 더디다. 이런 'R&D 패러독스' 속에서는 성과 부진이 투자 축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과학기술은 단기 성과로 평가할 수 없는 장기 축적의 영역인 만큼, 안정적 재정 기반을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 총지출 대비 5% 투자를 법제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투트랙 전략, 즉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주도 성장'과 다양한 연구 생태계 구축을 지향하는 '모두의 성장'을 병행하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와 같은 전략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속도를 내는 동시에, 기초·원천 연구를 두텁게 쌓아 장기적 지속력을 확보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공적 투자가 기초과학을 일으켜 세우면 새로운 지식의 씨앗이 싹트고, 이를 토대로 응용연구가 줄기를 뻗는다. 응용기술은 산업화를 거쳐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이 다시 기초를 지탱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세계 각국은 이미 이러한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도 국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략을 구체적 실행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초·원천을 지탱하는 연구 체계를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기초-응용-사업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전주기 연계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심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관한 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재 육성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고, 재정투자뿐만 아니라 제도와 문화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과기부총리가 구심점이 되어 차세대 이공계 인재에게 미래 비전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부총리호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과학기술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과 과학기술계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총과 과학기술계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힘차게 나아가도록 끝까지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

김민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직무대행 minskim@kofst.or.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