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194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정리해 온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총 28권)의 마지막 다섯 권을 출간했다.
강 교수는 2010년대를 지배할 열쇳말로 ‘증오와 혐오의 시대(인물과사상사·각 권 2만2,000원)’를 떠올렸다.
이번 책 ‘증오와 혐오의 시대’ 이전에는 ‘한(恨)과 욕망의 폭발’(1940년대), ‘극단의 시대’(1950년대), ‘기회주의 공화국의 탄생’(1960년대), ‘수출의 국가종교화’(1970년대),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1980년대), ‘분열은 우리의 운명, 연대는 나의 운명’(1990년대), ‘노무현 시대의 명암’(2000년대) 등의 열쇳말로 책이 나왔다.
그동안 발간됐던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대중문화·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촘촘히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에만 그치지 않고 방대한 주석에 당시의 현장을 포착한 사진 등을 통해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해 기억의 저수지에 가라앉아 있었던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역시도 2010년대를 지나온 우리가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할 현대사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제1권에는 천안함 침몰 사건, 이명박 세종시 원안 백지화 선언, 민간인 사찰과 정치 사찰 파동, 영남 편중 인사, 연평도 폭격 사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오세훈의 무상급식 투표 도박, 오디선 열풍을 다루었다.
제2권은 제18대 대통령 선거,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MBC의 170일 파업, 4대강 사기극, 인간 차별의 근거가 되는 대학 서열을 집중 조명했다.
제3권에는 4·16 세월호 참사, 6·4지방선거, 청와대 문건 유출, 지방대 죽이기,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한국사 교과서가 촉발한 이념 전쟁, 백남기 사망, 손가락혁명군을 다루었다.
제4권은 개성공단 중단,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의 충격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방탄소년단, 어용 언론 운동 등을 탐색했다.
제5권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서지현 검사가 문을 연 한국의 미투 운동,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 김용균법, 일본 상품 불매운동,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까지를 담았다.
현대사는 민감함 주제들이 많지만 강 교수는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면서도 그 나름의 시각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각 시대를 지배했던 정서와 구조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주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특유의 끈기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역사서 형식이라 시간적 거리두기를 말하기엔 너무 빨리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하지만, 저자는 E.H.카의 말을 빌어 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수정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강조한다.
강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정치 팬덤이나 정치·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 어떤 숭고한 뜻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종국엔 그 뜻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나 세력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먹고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당신의 속이 후련해지려면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혐오해야만 한다. 당신은 정의의 편이고, 그들은 불의나 악의 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생각에 대한 우회적인 반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남겼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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