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정훈, 손배도 승소…코인 상장 '사기' 혐의 벗나

2024-11-21

[비즈한국] 일명 ‘빗썸 코인(BXA 토큰)’ 상장과 관련해 1100억 원대 사기 의혹을 받았던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의 민사 소송에서도 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장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 가운데 이번 민사 소송까지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는 모습이다.

9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이세라)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에게 제기한 12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김 회장은 2020년 9월 이 전 의장에게 빗썸 인수를 위해 지급한 주식 매매대금 중 일부인 120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한 것. 김 회장은 결과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김 회장은 해당 소송에서 △주식 매매계약의 취소·해제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선택적 청구원인(두 개 이상의 청구원인을 주장해 법원이 하나를 인용하면 나머지는 불필요)으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측의 계약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김 회장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빗썸의 실소유주이자 창업주인 이정훈 전 의장은 김 회장과 빗썸 공동경영에 관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BXA 토큰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1100억 원대 계약금만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2년 10월 특정경제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이 전 의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으나, 이 전 의장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이 이번 민사 소송에서도 이 전 의장의 손을 들면서, 사기 의혹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소송전의 단초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건 회장은 2018년 10월 BK 글로벌컨소시엄(법인명 BTHMB홀딩스)을 통해 3억 5000만 달러에 빗썸(빗썸홀딩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그해 12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수 대금은 100% 확보해 뒀다”며 “BXA 토큰은 해외에서만 판매하며 인수 대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판매 대금은 BXA 메인넷 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당시 김 회장이 BXA 토큰을 매각해 인수 대금에 쓴다는 의혹이 일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인수 대금의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고,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빗썸거래소는 2019년 1월 초 이벤트를 열며 BXA 토큰 상장을 예고했지만, 당시 금융당국이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적인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BXA 토큰 상장도 무산됐다.

2020년 7월 김 회장은 이 전 회장 등에게 ‘사기·강박으로 체결한 계약이므로 계약을 취소 및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사이 인수 과정에서 BXA 토큰이 상장될 것으로 믿고 매입한 투자자들이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경찰 수사와 함께 김 회장-이 전 의장의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김 회장 측은 재판에서 ‘이 전 의장과 각각 2500만 달러씩 투자해 빗썸거래소에 대한 공동 경영권을 갖고, 나머지 주식매매대금은 BXA 토큰을 판 자금이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한다. 이를 위해 김 회장에게 BXA 토큰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토큰을 판매할 수 있도록 빗썸거래소에 상장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이 실제로 합의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김 회장을 기망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민사 재판부는 형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의장 측이 BXA 토큰의 상장을 확약하거나, 인수 잔금을 BXA 토큰의 판매 대금으로 지급하도록 확약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다. 또한 이 전 의장과 빗썸이 BXA 토큰을 상장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와 농협과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유지 등을 위해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양측이 체결한 주식매매 계약서에 BXA 토큰의 상장 확약에 대한 문구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계약서상의 ‘BXA 토큰 발행 후 글로벌 거래소 또는 빗썸거래소 상장을 최우선으로 진행한다’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이 전 의장이 코인 상장 의무를 법적으로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우선으로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XA 코인 배정 방식과 판매 대금의 용도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 측이 형사재판에서는 ‘FI 모집용 코인 외에 김 회장에게 배정되는 코인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패소하자, 민사재판에서는 ‘FI 모집용 코인과 김 회장에게 배정된 코인이 겹쳐 김 회장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을 바꾼 점에 주목했다.

더불어 김 회장이 2023년 12월 기자회견에서 BXA 토큰을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투자자의 고소를 통해 해당 발언이 허위로 드러난 것도 김 회장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국내 투자자에게 BXA 토큰을 판매한 사실을 빗썸과 이 전 의장 측이 뒤늦게 확인하면서 토큰 상장 무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편 이정훈 전 의장이 사기 혐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BXA 토큰의 상장 무산으로 인해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의 피해 회복은 쉽지 않아졌다. 앞서 이 전 의장의 형사 1심 무죄 결과에 시민단체인 사법적폐청산연대는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규탄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형사 소송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인 2023년 10월 31일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복귀한 상태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할지 주목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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