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해외여행 예약 2배”
장기연휴로 기업생산 차질
경기부양 효과 회의론 고개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가운데 황금 연휴가 실제 내수 진작에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최대 9일간의 장기 연휴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와 무관하고 오히려 기업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여행 수요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해외여행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대형 여행사는 25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를 겨냥한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 공식 시작일인 28일보다 연휴 시작일인 25일 예약 건수가 두 배가량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31일 금요일에 추가 휴가를 낼 경우 9일이라는 장기 연휴가 가능해진다”며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발표 이후 예약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자 해당 연휴 동안 해외여행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장기 연휴가 소비자들에게 해외여행을 계획할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휴 확대에 따른 국내 소비와 내수 활성화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군의날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10월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1.9% 줄어들어 내수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줬다. 기업들의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과 수출이 위축되는 점도 경기 진작과 거리가 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한 바 있다.
임시공휴일의 내수진작 효과의 근거로 제기되는 분석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8·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임시공휴일로 인한 경제 전체 소비지출액이 약 2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다만 이 분석은 2011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돼 그대로 인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임시공휴일 지정이 단기적인 소비 증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장기 연휴가 오히려 국내 자영업자들의 활동 위축을 부를 수 있다”며 “생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해 신중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