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급 남자 유도 국가대표 안바울(30)은 올해 파리올림픽 혼성단체전에서 73㎏급 선수들과 무려 다섯 번이나 맞섰다. 혼선단체전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한 체급에는 바로 아래 체급 선수가 나서야 한다.
안바울은 자신보다 무거운 상대와 당당하게 맞섰다. 강한 체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뛰어난 기술로 부족한 힘을 보완했다. 그렇게 안바울은 윗 체급 선수들과 하루 동안 무려 5번 맞붙어 4승1패를 거뒀다. 덕분에 한국은 동메달을 땄다.
제2 안바울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고등학교 유망주가 있다. 강원 원주 대성고 1학년 이기웅(16)이다.
이기웅은 올해 전국체전에서 강원대표로 선발됐다. 전국체전 첫판에서 힘이 세고 체격이 큰 형에게 패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도대표로 뽑힌 것만으로 대단했다.
이기웅은 지난해 태장중학교 3학년 시절 45㎏, 48㎏급에서 명실상부한 전국 최강이었다. 용인대총창기, 양구평화컵, 청풍기전국대회, 추계중고연맹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다른 1개 대회에서는 3위에 입상했다. 대성고 김주환 코치는 “초등학교 때부터 기웅이를 지켜봤다”며 “왼손잡이인데다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비롯해 손과 발을 이용한 많은 기술을 고루 구사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이기웅은 태권도를 하다가 초등학교 5년 때 유도로 바꿨다. 이기웅은 “친구, 형을 따라서 유도를 해봤는데 너무 재미났다”며 “업어치기로 상대를 넘길 때, 새로운 기술로 이길 때 기분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이기웅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다. 엄마 프렛지에 봄비오는 “힘들다고 할 때 ‘그럼 그만둬라’고 농담을 하면 씨익 웃으면서 더 열심히 운동한다”며 “말수는 다소 적어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어디에서든 칭찬을 받는다”고 말했다. 엄마는 “중학교 3학년 때 나갈 때마다 금메달을 딸 때 나와 누나들이 너무 기뻤고 자랑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이기웅 평소 체중은 52㎏이다. 체급 체중인 55㎏보다 가볍다. 체중 감량을 하지 않은 것은 편하지만 그만큼 힘에서는 체급 선수들보다 약간 밀린다. 김주환 코치는 “요즘 유도가 너무 단조롭고 기술보다는 경기 운영 능력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웅이가 체격이 커지고 힘만 더 키운다면 기술이 부족한 상대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코치는 “운동과 경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며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패하면 한참 운다”고 말했다.
이기웅은 키가 165㎝로 체급에서는 작지 않다. 그런데 살은 잘 찌지 않은 체질이다. 이기웅은 “더 잘 먹고 더 열심히 운동해 힘을 키워야 한다”며 “내년에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모두 결승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기웅은 “어른이 되면 안바울와 같은 끈질긴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 코치는 선수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국제대회도 출전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관왕에 오르는 등 현재 60㎏급 최강자 이현승(용인대)도 김 코치가 배출한 선수다. 김 코치는 “현승이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날 정도로 기웅이 잠재력도 풍부하다”며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시원하게 메칠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