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농업

2024-10-01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날씨에 신음했다. 길고 긴 봄 가뭄 뒤 물 폭탄 장마, 폭염을 동반한 가뭄 뒤 물 폭탄 가을 장마, 그리고 갑자기 뒤늦은 가을 날씨 때문에 농작물도 힘들었지만 농민도 참 많이 힘들었다. 앞으로 날씨가 더 혹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민들의 걱정이 점점 커진다.

문득 떠오르는 질문. 농사를 지으면서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

농사가 환경을 살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필자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는 농사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라고 늘 주장했다. 농사를 통해 돈을 버는 행위는 환경과 공존하거나 지키는 것과 거리가 멀다.

현대 농업은 비료·농약·제초제·비닐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 환경을 파괴하면서 농산물을 생산한다. 우리가 농사에 사용하는 대부분 물건은 환경을 파괴하면서 생산됐다. 그만큼 환경을 지키면서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국제적인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와 업사이클링 회사 ‘프라이탁(Freitag)’ 등은 환경을 지키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과거 우리 전통 농업이 그랬었다.

그럼 환경을 지키면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는 없을까? 물론 있다. 바로 무비료·무경운·무농약을 실현하고 있는 농가다. 자연농업이나 탄소순환농법 등 다양하게 부르는 농법을 이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 농업이 좋은 것이냐?”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좋다’는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필자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자연농업을 실천하는 농가 가운데 극히 일부만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자연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은 크고, 맛있고, 예쁜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환경을 지키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결국 직거래가 답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회사는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성공할 수 있었다. 자연농업 등이 살아남기 위해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 그들을 ‘팬’으로 만들고 농산물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모든 농민이 수익을 좀더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농산물 생산·홍보, 그리고 소비자와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어찌 보면 현대 농민은 참으로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박홍근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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