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로 가는 길
캐서린 플레처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고대 정복제국 로마는 군사력으로 주변을 제압했을 뿐 아니라 교류와 통상으로 몇 세기에 걸쳐 번영을 누렸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의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로마 문명 건설‧유지의 열쇠로 제국 전역을 잇는 고대 고속도로망인 ‘로마의 길’을 꼽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도로망은 중심부와 주변부 간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 정부 효율을 높였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평화)가 가능해진 비결의 하나다. 말 없이 뻗어있는 로마의 길은 지난 2000년에 걸쳐 매혹의 원천이 됐다. 신약성서에도 성자들이 지나간 길로서 숱하게 등장한다. 종교 서사물 『쿠오 바디스』에서 피신하려던 사도 베드로가 예수님 현신을 영접한 곳은 로마에서 8방으로 뻗어 나간 도로의 한 줄기인 아피아 가도다. 중세에는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이자 비잔틴군과 십자군이 행군한 군사도로로 이용됐다. 18~19세기에는 상상력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견문을 넓히기 위한 장거리 여행 ‘그랜드 투어’에 나섰던 유럽 청년들은 이를 소재로 숱한 글과 그림을 남겼다.
1922년 10월 베니토 무솔리니는 국가 파시스트당 행동조직인 검은 셔츠단을 이끌고 이탈리아 북부 페루자에서 이 길을 따라 로마로 행진해 총리직을 차지하고 일당독재를 시작했다. 고대 로마의 길에서 영감을 받은 무솔리니는 이듬해 전국적인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갔다.
길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여행과 레저, 문화교류의 중심에 섰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등장한 매력적인 영화 ‘로마의 휴일’이 나오면서 로마로 가려는 여행객이 폭증했다.
근대 이후 철도가 건설되고 도로가 개선됐지만 길을 통한 교류와 소통이 거기에 비례한 것만은 아니다. 지은이는 이미 고대에 연결되고 자유롭게 다니던 길이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선 정치 문제 등으로 오히려 단절돼 있음을 발견하고 안타까워한다. 인간과 문명을 연결한 고대 도로와 유적을 찾아 유럽 각지를 직접 다닌 학자의 탄식이 가슴에 와 닿는다. 원제 The Roads to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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