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브라질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년이 강가에서 금덩이 하나를 주웠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몇 달 만에 수만 명의 남자들이 이른바 ‘황금의 언덕’으로 몰려들었다. 금빛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맨손으로 흙을 퍼 올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개미 떼처럼 오르내렸다. 그곳은 곧 세라 펠라다(Serra Pelada), ‘벌거벗은 산’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구덩이로 변했다. 삶과 꿈이 뒤엉킨 이 세계 최대의 금광은 가장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욕망의 현장이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흑백 필름 한 통을 들고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깊이 약 200m, 폭은 무려 400m에 달하는 거대한 구덩이. 살가도는 1986년, 그 구덩이의 가장 밑바닥에 섰다. 살가도는 그 순간을 “그 광산을 보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피라미드가 세워지던 시간 같은 인류 역사의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단순한 광부가 아니라 신화속 존재처럼 보인다. 문명의 초석을 쌓던 고대인의 후손, 노동의 존엄과 인간의 비극을 동시에 짊어진 자들. 그의 이미지는 고통의 미학화와 인간성 구원이란 양극의 논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포착한 ‘존엄의 형상’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했다.
늘 인간과 지구의 상처를 따라가던 그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췄다. 너무 많은 고통을 목격해 인간의 미래를 믿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고향 브라질에 나무를 심었다. 그것도 110만 그루. 그런 그가 지난 5월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평생 빛의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존엄한 인간의 실루엣을 드러낸 그의 사진을 꺼내 보다 문득 세라 펠라다는 오래전에 폐광이 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또 다른 세라 펠라다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도 강제로 끌려온 것은 아니지만, 도착하면 모두가 ‘황금의 꿈’에 사로잡힌 노예가 되는 그곳처럼 말이다. 살가도가 남긴 이미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캐고 있는가?”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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