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 많은 가정에서 김장을 준비한다.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7일)부터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22일) 전후는 김치를 담그기 위한 최적의 시기다.
전국 곳곳에서는 이 시기에 맞춰 김장 담그기 축제를 개최한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빠르게 확산 중에 있다.
케이컬처(K-culture·한국문화) 열풍이 이제는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치만 하더라도 지난해 수출액이 1억5561만달러(약 2000억원)인데, 이는 2018년(9746만달러) 대비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김밥·김치 등 한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품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전통식품 표준규격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가가 표준규격을 설정한 품목은 김치류, 장류(간장·고추장·청국장·된장), 조미료류(참기름·들기름·고춧가루) 등 85개에 달한다.
전통식품 품질인증 제도는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우수한 제품 중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제조·가공·조리한 것에 대해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다.
농관원 시험연구소는 전통식품 인증제품에 대한 영양성분과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제품의 고품질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우수한 품질의 전통식품에 대한 신뢰성을 제공한다.
시험연구소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김치·식초 등 전통 발효식품에서 생성되는 기능성 성분에 대한 효율적인 분석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치에 존재하는 글루코시놀레이트의 경우 항암효과의 주된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나 젓갈·고춧가루·생강·마늘 등이 포함돼 있는 김치의 특성상 분석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밀 장비를 사용해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전통 발효 김치의 우수성 규명과 품질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김치는 신선한 채소를 오래 두고 먹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자 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다. 김치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됐듯 시험연구소는 전통식품 인증제품 품질관리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전통식품이 갖는 효능을 알리기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숙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