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의 마지막 날은 롯데 이호준에게 잊지 못할 경기가 됐다.
이호준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의 10-9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 주전 유격수 전민재가 빠지면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민재는 지난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눈 부위에 사구를 맞았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민재는 팀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데다가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었다. 그 자리를 이호준이 맡게 됐다.
부담감이 적지 않을 상황이지만 이호준은 전민재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3회 1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나선 이호준은 우전 안타를 쳤다.
4회 팀이 대량으로 7득점하며 빅이닝을 만들었을 때에도 힘을 보탰다. 일단 나승엽의 2점 홈런으로 2-1로 역전한 뒤 2사 후 손호영, 유강남의 연속 안타로 다시 찬스가 만들어졌다.그리고 이호준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황성빈 타석 때 유강남이 상대의 폭투로 홈인했고 고승민의 1타점 적시타, 빅터 레이예스의 2타점 2루타로 7-1로 달아났다.

키움이 5회 2점을 내며 쫓아오자 이호준은 6회 달아나는 점수도 뽑아냈다. 선두타자 유강남이 2루타를 치고 출루하자 우중간 3루타로 유강남을 불러들였다. 이어 황성빈이 2루수 땅볼로 아웃될 때 이호준이 홈인하며 득점을 올렸다. 7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되며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3안타를 달성하며 잊지 못할 기록을 만들었다.
경기 후 이호준은 “경기장에 와서 선발로 나간다는 말을 갑작스럽게 들어서 긴장이 됐다”라며 “민재 형이 그냥 잘한 게 아니라 너무 잘해서 내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라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좋은 결과 나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3개의 안타를 돌이켜본 이호준은 “1군에서 안타 3개를 쳐보니까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 마지막 타석에서는 홈런도 노리긴 했다. 이호준은 프로 데뷔 후 단 한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그는 “조금 욕심을냈다”라며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형들이 사이클링 히트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상태였다. 그래서 홈런 하나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타석에서 하던대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민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형이다. 이호준은 “어제 경기 끝나고 숙소에서 마주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고 많이 친했는데 다치니까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날 활약에 대해서는 “준비를 열심히 했고 기회가 온다면 잡으려고 열심히 해온 덕분”이라고 돌이켜봤다.
전민재가 돌아온다면 선의의 경쟁도 펼쳐보고 싶다. 그는 “주전 유격수 경쟁 욕심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즌 동안 홈런은 한번 쳐보고 싶다. 시즌 끝까지 1군에 있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