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학생들과 교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 선택, 진로 설계 지원 등을 고교학점제 장점으로 꼽은 반면 교사들 사이에선 출결 방식 변경 등으로 업무가 급증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가 안착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학점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꾸리기로 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신학기부터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등학교 1학년에 전면 도입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로 올해 고1을 시작으로 2026년 고2, 2027년 고3으로 확대된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핵심 교육 공약으로 언급된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2018년 기본방향 및 도입 일정을 발표했다. 이후 2020년 마이스터고, 2022년~2024년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계고에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교육과정 편제, 수업 및 평가 등 고교 교육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학사운영이다. 학생들은 누적 학점이 192점 이상이 돼야 졸업할 수 있다. 과목출석률(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도 충족해야 한다. 1학년은 우선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또 학기 초 진로·적성 검사와 상담을 받고 5월께부터 다양한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어 2학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과목 수요조사 과정을 거친 후 2학년 때 들을 선택과목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진로에 맞춰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은 "고교 학점제 덕분에 문·이과 수업을 여러 개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진로 상담 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 꼽힌다.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더 늘어나는 만큼 고교학점제 강점이 더욱 더 부각될 것으로 교육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학점제 안착을 위해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는 온라인 학교는 지난해 8개서 올해 9월까지 17개로 늘어난다. 올해 6월부터는 대학에서 개설한 특정 과목을 들으면 고등학교뿐 아니라 해당 대학교에서도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고교-대학 연계 학점 인정 체제’도 본격 가동된다. 다만 수업을 이끌어야 하는 교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출결 관리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점제 도입 이전에는 학생의 출결 확인 등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모두 담임교사에게 있었으나, 학점제 시행으로 출결 처리 권한은 과목담당교사로 갖게 됐고 과목담당교사가 출결처리를 마감하면 이후 담임교사가 학급의 일일 및 월별 출결처리를 마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로 교사들은 업무가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교사노조연맹이 최근 전국 고등학교 교사 3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경된 출결 처리 지침에 대해 응답자 중 94%가 '수업 운영에 지장을 준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이에 교사의 출결관리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담임교사와 과목담당교사 간 출결처리 현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나이스 출결 관리 기능을 개선했다. 그러나 출결 방식 변경 외에도 교육부가 지시한 학생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등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지침이 없어 교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교사노조는 “현행 고교학점제는 학교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어 교육의 공공성과 질,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학생의 학습권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현장 중심으로 고교학점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면 도입에 따른 불편함은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결 관련 불편한 점이 확인돼 조치했다. 학점제가 원만히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교사들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조만간 교사가 참여하는 모니터링단을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