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중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리치 힐(44)은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투수다.
1980년생으로 현재 메이저리그(MLB) 최고령 투수인 힐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프리미어12에서는 이질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12에 참가한 미국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투수는 바로 힐이다. ‘노익장’이 대단하다.
힐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4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힐에 이어 올라온 불펜이 연달아 무너지며 결국 일본에 1-9 대패를 당하긴 했지만, 힐의 역투 만큼은 빛났다.
이번 대회 최강 전력이자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일본을 상대로 힐은 1회 선두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2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1사 1루에서 타스미 료스케에게 중전안타를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모리시타 쇼타를 3루수 파울플라이, 구리하라 료야를 3루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는 완벽했다. 2회부터 4회까지 퍼펙트로 막아내며 일본 타선을 꽁꽁 얼렸다.
힐은 앞서 조별리그에서도 두 차례 등판해 깔끔한 피칭을 보였다. 푸에르토리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3.1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틀어막아 미국의 극적인 슈퍼라운드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힐의 성적은 10.1이닝 5피안타 14탈삼진 비자책 1실점. 평균자책점은 ‘0’이다. MLB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대회라고는 하지만, 힐의 나이를 감안할 때 분명 엄청난 활약이다.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MLB에 데뷔한 힐은 20년 동안 무려 13개의 팀을 거치면서 통산 386경기(248선발)에 등판해 90승74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올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지만 별다른 활약없이 지난 9월 방출됐다.
아직 팀을 구하지 못해 은퇴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은 맞지만, 야구에 대한 힐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내년에도 MLB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힐은 최근 USA투데이의 간판 밥 나이팅게일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게) 어떤 일이 생길지 좀 더 두고보자. 이게 끝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힐의 야구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