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 흔들, 늙어서?···파킨슨병 ‘바로’ 읽자

2024-10-11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의 여파로 늘고 있는 뇌질환 중에서도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와 함께 노인들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환자 12만5526명이 나온 이 질환은 65세 이상 인구 중 1% 정도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발병 나이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정도이며,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노인이다.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손이 떨리기도 하는 등의 초기 증상이 특징인 파킨슨병은 현재 근본적인 치료법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마련되고 있어 꾸준히 치료받을 것을 권장한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분비하는 뇌세포가 점차 줄어들어 특히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고,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 환자의 비율도 전체의 10% 미만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가족력이나 뚜렷한 유전자 이상 없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게다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증상 느리게 진행

병으로 인지 못하는 경우 많아

잠꼬대·후각 둔화도 전조 증상

통상적으로 약물 치료 진행

5년가량 지나면 약효 줄어

‘뇌심부자극술’도 선택지로

주요 증상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증상과 떨림, 근육 강직 등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속도 역시 느리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병의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나브로 진행된 병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져 나타나는 보행장애와 얼굴 표정의 감소,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현상 등 점차 눈에 띄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떨림은 환자가 몸에 힘을 빼고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할 때는 이런 떨림이 없어지거나 감소할 때가 많다. 주로 한쪽 손에서 먼저 나타나며 손으로 동전을 세는 듯한 모습을 띠지만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떨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증상인 근육 강직은 팔에 힘을 주고 일부러 안 펴지게 버티는 듯하거나, 반대로 굽히려 해도 강한 저항감이 느껴질 정도로 근육이 뻣뻣해진다. 그밖에도 배뇨 장애와 변비, 성기능 이상, 기립성 저혈압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원하는 만큼 수면을 취하기가 어렵고 인지기능이나 감정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수면 중 잠꼬대를 크게 하거나 팔다리를 휘젓는 모습을 보이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등의 전조 증상이 먼저 시작될 수도 있다.

이런 증상들은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이 부족해져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세포의 소실을 중단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따라서 치료에는 도파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거나, 복용 후 대사 과정을 거쳐 도파민이 되는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사용한다. 약물 치료로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이 보충되면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줄어들 수 있다.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 안에 도파민이 부족했던 환자가 도파민을 보충받으면 떨림도 없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지면서 무엇보다 기운이 생긴다”면서 “하지만 파킨슨병은 진행되는 병이라 처음에는 도파민을 올려주던 약의 효과가 잘 듣다가도 점차 이전과 같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도파민 관련 약물 치료를 시작한 지 5년가량이 지나면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게다가 약의 부작용이 커져 환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드는 등의 ‘이상운동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눈앞에 헛것이 보이거나 귀에서 환청이 들리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약물 치료가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부작용이 심해졌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진다. 수술 치료는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어 전기침을 넣은 뒤 전기 자극을 가하는 뇌심부자극술이 이뤄진다. 도파민 약의 효과를 전기적 자극으로 대체하기 위해 파킨슨 증상과 관련 있는 뇌의 특정 위치에 전기침을 심는 것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약물 치료만 받다 보니 약을 대신할 뇌심부자극술을 너무 늦게 알게 되는 점이다. 뇌심부자극술 역시 위험성은 있지만 병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일수록 치료 후 나타나는 효과가 좋은 편이어서 가능한 한 초기부터 각 치료법이 환자 개인에게 얼마나 더 적합한지 비교하는 것이 좋다.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어 부작용과 내성을 감소시키면서도 떨림, 경직, 서동 증상 등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에도 필요할 경우 자극을 중단하거나 장치를 제거해 수술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광우 교수는 “아직 국내에선 약의 부작용이 심해진 후기 파킨슨병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일부 의료진을 중심으로 파킨슨병 진단 후 3년이 지나면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이 동반하는 운동장애가 더욱 심해지기 전에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운동 치료 역시 환자의 신체활동 능력이 보다 정상적일 때 시작해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운동클리닉 치료 외에도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자가 운동방법을 안내받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균형 및 민첩성 운동, 스트레칭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운동기능을 보전할 수 있다. 이병찬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가 운동과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 파킨슨병의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환자 예후에 좋은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 치료에선 한두 가지 운동에만 치중하지 않고 가능하면 다방면에 걸쳐 신체기능을 고루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은 빨리 걷기, 조깅, 에어로빅 같은 연속적이고 리듬이 있는 운동을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근력운동은 환자 본인의 체중이나 가벼운 아령, 기구, 밴드 등을 활용해 신체 각 부분의 주요 근육을 강화하면 된다. 균형 및 민첩성 운동은 요가, 태극권, 댄스 등 복합적인 동작으로 구성된 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이들 운동 모두 주 2~3회 정도로 실시하되 환자의 동작을 잘 감독하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동반자와 함께 수행해야 한다.

이병찬 교수는 “운동 또한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하는데,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병원에서 환자의 운동기능을 평가해 처방한 운동법을 시행해야 하며, 운동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활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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