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5% 차 관세 발표, 대미 수출 많은 한국 타격
상법 관련 정부 내 엇박자 정리하고 거부권 검토해야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다음 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1기 때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자동차 관세를 이번엔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음 달 2일에는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한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가 예정돼 있다.
무역 상대국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가 대미 수출품목 1위인 한국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187조원 가운데 자동차가 51조원(27%)에 달한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 절반(49.1%)이 미국으로 간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려 관세 충격을 줄이겠지만 국내 일자리 감소와 생산 공동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최첨단 자동차 제조공장 HMGMA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온 게 아니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현지 이해관계자를 배려한 발언이겠지만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 한국의 제조 공장과 일자리는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GM은 철수설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더 어렵다. 연간 생산량의 85%가 대미 수출 분량이어서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국내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냈다. 부처 간의 협의를 거쳐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정부 입장을 정했는데도 혼자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 “직을 걸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 등의 과도한 발언은 금융감독 책임자가 아니라 독불장군 정치인의 발언처럼 들린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튀는 발언을 절제 없이 이어가는 금감원장에게 엄중하게 경고해야 한다.
소송 남발을 우려하는 재계의 하소연을 가벼이 들어서는 안 된다. 오죽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며칠 전 “기업의 의사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초불확실성의 시대(super unknown)’에 놓여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상법을 바꿀 타이밍(시점)인지 의문이 든다”는 말까지 했을까. 트럼프라는 대외 불확실성은 우리가 온전히 통제하기 힘들겠지만 스스로 대내 불확실성을 더 키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경제 6단체의 건의에 귀를 기울여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