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8시간 노동’ 140년 전 외침도 교대근무자에겐 먼 얘기···수면 건강을 지켜라

2025-05-01

‘교대근무 수면장애’ 위험 비율 32.2% 달해

밤샘 후엔 실내 어둡게···멜라토닌 등 도움

무엇보다 노동시간 제한·근무환경 개선 필요

5월1일 세계 노동절의 기원이 된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의 노동자 파업 집회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주된 목표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약 140년이 흘렀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산업이 증가하면서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고 불규칙한 근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노동 환경은 여전히 흔하다. 장시간 노동에 낮밤이 바뀌기 일쑤인 교대근무 노동자는 특히 수면 주기가 교란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우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수면 주기를 비롯한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잠잘 시간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흔히 경험한다. 수면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낮 동안 졸리거나 밤에 불면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인체는 해가 뜨고 지는 일주기에 따라 신체활동과 식사 시간 등을 적응시키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교대근무로 이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생체시계에 혼란이 생긴다. 생체시계가 큰 무리 없이 조정될 수 있는 시간 폭은 하루에 최대 1시간 정도여서 단기간에 급격한 근무시간 변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1달 이상 교대근무가 지속되면 불면증, 졸림 증상이 이어질 위험이 커지고 ‘교대근무 수면장애’로 진단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교대근무 때문에 밤새 일해도 낮에 자면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쉽게 잠들기 어렵고 낮 동안 졸린 증상이 7일 이상 지속되는 ‘교대근무 수면장애’가 매우 흔히 나타난다.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연구팀이 교대근무 노동자 6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실태 분석 연구를 보면 교대근무 수면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율은 32.2%(201명)에 달했다.

교대근무 수면장애는 특히 나이가 많거나 여성일 경우 더 겪기 쉬웠고, 우울증과 피로 점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교대 주기가 1달 이내로 변경되는 경우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며 “온도, 빛, 소음 중 하나 이상이 불량한 수면 환경을 경험한 비율도 높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무 스케줄 조정 및 수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대근무는 다양한 이유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인체의 생체시계가 일주기와 어긋나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휴식 및 수면 시간은 줄어들면 고혈압, 당뇨, 비만, 위장관 장애 등의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은 2~3배 증가하며,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성이 교대근무를 계속 하면 생리불순이 1.5배 가량 높게 나타나며 유방암, 자궁근종 발생 위험도 상승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도 교대근무를 발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면 보다 양질의 수면을 충분히 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에는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암막 커튼을 활용해 실내를 어둡게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대신 3~4시간 뒤부터 취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침 1시간 전에는 멜라토닌 보충제나 바나나, 견과류, 우유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매일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가장 필수적인 과제는 교대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이라도 노동자의 건강권과 결부된 수면 및 휴식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한이 필요하며 근무환경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야간 근무 때는 더 밝게 조도를 높여 신체가 밤을 낮처럼 인식하게 하면 다소 도움이 되며, 주간 근무를 할 때보다 더 많은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근무 교대 방식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근무 순서를 오전-오후-야간 순의 시계 방향으로 배치하면 생체리듬의 적응을 돕는다”며 “같은 시간대 근무를 1~2주 이상 길게 유지하면 신체가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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