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쓰려던 주제가 있었지만, 최근의 사태로 인해 그 주제를 쓰지 못했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원고마감일을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유튜브 추천 영상에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UN 총회 연설 영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영상에서 “앞으로도 계속 비틀거리고 넘어질 것이다(we will keep stumbling and falling)”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당시에도 세계 최고의 아이돌을 넘어선 존재였던 그들이 이러한 말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RM은 연설에서 과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의 상황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과거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았던 점을 괴로워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 같은 출산율 저하,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두운 전망의 시기를 겪으며 이러한 괴로움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완벽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기 쉬워집니다. 이는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매스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로 초연결성이 강화된 지금, 이러한 불안은 더욱 증폭됩니다. 사회적 긴밀함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남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빠지게 만듭니다. 결국 타인의 시선이 우리를 압도하게 됩니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기술에서 “개인의 정체성, 독창성, 개성과 같은 가치가 약화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생각은 우리를 광야와 같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광야는 성경에서도 중요한 상징적 장소로, 최근에는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요즘 한국의 혼란스러운 시국이 마치 광야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광야를 지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즉 요즘 말로 ‘강철 멘탈’이 필요합니다. 이를 걸그룹 IVE는 “I AM”이라는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강철 멘탈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신뢰하고 믿는 마음, 그리고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완벽한 선택이나 시뮬레이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런 믿음과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내가 완벽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이와 관련해 작년 12월에 제가 썼던 이십 대의 나에게 쓰는 편지(우연과 필연2) 글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재에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틀거리고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수 아이유는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에서 “그러나”로 시작되는 가사를 통해, 과거의 아픈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작사하였습니다.
그러니 저도 이 글을 통해 스스로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불완전한 나를 사랑하자.” 방탄소년단의 Answer: Love Myself 가사 일부를 빌려 말합니다.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광야나 겨울처럼 느껴질지라도, 이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봄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고, 설령 봄이 온 뒤에도 다시 넘어지거나 비틀거릴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