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제출 소매유통채널 판매 데이터 분석
"농협 유통사업 대도시 시장지배력 확대 시급"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대형마트가 지난해 말부터 계란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산지 생산자들에 치우친 물가당국의 계란가격 담합 조사가 대형마트에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소매유통 유형별 계란가격은 농협하나로마트 285원, 개인슈퍼 297원, 대형마트 309원, 체인슈퍼 337원, 편의점 339원 순서로 높았다. 유통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체인슈퍼, 편의점이 계란가격 상승에 앞장선 셈이다.

올해 1월~8월간 소매유통 유형별 계란 시장점유율은 개인슈퍼 34.9%, 대형마트 31%, 체인슈퍼 15.1%, 편의점 2.1%로 조사됐다. 농협하나로마트의 계란가격이 가장 저렴했지만 시장점유율은 17%에 머물렀다. 시장점유율이 31%와 35%에 달하는 대형마트와 개인슈퍼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경연이 제출한 소매유통채널 판매자료(POS데이터) 조사 결과는 대형마트 계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1분기 오프라인 전체 계란 매출액과 판매량은 3.9%와 2.2%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계란 판매량은 오히려 6.3%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3.8% 늘어났다.
올해 4월에도 전년보다 오프라인 계란 매출액과 판매량은 각각 9.9%와 0.8%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계란 판매량은 9.7% 줄었지만, 매출액은 7.1% 증가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대형마트가 계란가격 상승세를 이끈 셈이다.
이에 반해 계란 산지가격은 지난해 1분기 162원에서 부터 4분기까지 165원 오르는 데에 그쳤다가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157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 계란 산지가격은 184원으로 급등했다.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살처분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80% 증가했다.
이에 비해 대형마트의 계란가격 오름세는 지난해 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은 지난해 1분기 260원에서 3분기에 265원으로 오르는 데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개인슈퍼 계란가격은 276원~277원, 오프라인 계란 평균 가격은 274원~276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계란 산지가격은 3분기 165원에서 157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265원에 머물렀던 대형마트 계란가격은 4분기에 개인슈퍼 계란가격과 동일한 279원으로 급등했다. 당시에 대형마트는 전년보다 5.5% 많은 계란 2억8665만개를 팔았다. 판매단가 또한 전년보다 1.9% 오른 279원이었다. 4분기 대형마트 계란 매출액은 800억원으로 전년보다 7.4% 불어났다.
올해 1분기 대형마트 계란가격은 281원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개인슈퍼 계란가격 275원과 오프라인 평균가격인 280원을 웃돌았다. 올해 2분기 또 다시 305원으로 뛰어오른 대형마트 계란가격은 공정위가 산지 계란가격 담합조사에 착수한 지 닷새 만에 대형마트 3사에서 배포한 '마진을 줄여서라도 계란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보도자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송옥주 의원은 "전수조사에 가까운 계란 소매유통채널 판매자료(POS데이터)는 독과점 유통 대기업들이 계란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물가당국이 애꿎은 산란계협회를 희생양 삼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한다"며 "성과없는 산지 생산자들을 쥐어짜기보다 대도시의 독과점 소매유통을 견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란가격 상승을 부추긴 대형마트가 공정위의 가격담함 조사가 시작되자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대형마트가 정부의 가격할인 지원 혜택을 가로챘다는 감사원 보고서를 떠올리게 한다"며 "농협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계란 가격을 낮췄지만, 독과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만큼 농협 유통사업의 대도시 시장지배력 확대가 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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