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20년 이상 된 노후 단지를 이주·철거 없이 신축 아파트 못지않게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리뉴얼 신사업을 시작한다. 기존 재건축, 리모델링 사업이 각종 규제와 높은 비용으로 수년에서 10년 넘게 걸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비사업 대안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6일 서울 신사동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주택 신사업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공개했다. 이주나 철거 없이도 기존 용적률 내에서 아파트 지하 공간이나 유휴부지를 활용해 부족한 주차 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아파트 외관·조경 개선을 통해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주거 공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특히 2년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있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현대건설 측은 설명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재건축이나 증축형 리모델링이 어려운 단지가 대상이다.
실제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 연한 30년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들 단지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시 지어진 단지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300% 수준이어서 재건축·리모델링을 한다 해도 조합원 물량 외에 일반분양 물량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 통상 재건축은 기존 용적률이 180%를 넘으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현재 재건축이 한창인 단지는 1980년대 지은 아파트이고, 1990년~200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사업성이 떨어져 애매한 상황”이라며 “높은 분담금 탓에 재건축·리모델링은 부담스럽고, 내부도 약간의 인테리어만 하면 살 만한데 부족한 편의시설 확충을 원하는 주민이 많다. 이런 고민에 착안해 업계 최초로 리뉴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단지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서울 강남 등 핵심 지역이 아닌 이상 재건축 수익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리뉴얼 사업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63만 가구 가운데 약 47%는 현재 준공 20년을 넘겼고, 이 중 380만 가구가 20~30년차에 들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은 신사업 첫 단지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리뉴얼에 착수할 예정이다. 영동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해 2008년 준공한 단지다. 당시엔 강남을 대표하는 아파트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차장 누수, 커뮤니티 공간 부족 등으로 인근 신축 단지와 시세 차이가 커졌다.
이 단지는 준공 시 용적률 277%로, 당시 법적 용적률(279%) 내에서 약 660㎡(200평) 정도를 추가 확보해 부족한 커뮤니티 시설을 증축할 수 있다. 또 외벽과 주동 입구, 조경을 업그레이드하고, 지하주차장 시스템, 스마트 출입 제어 등 첨단기술을 도입한다. 세대 내부는 층간소음 저감 구조, 고성능 창호 등을 포함한 인테리어 공사로 희망하는 세대만 진행한다.

이형덕 현대건설 리뉴얼신사업팀장은 “거주 중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주민 동선과 분리해 시공하고, 건물의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식으로 안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는 2년 안에 마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각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주택법’을 적용받아 각종 인허가, 주민 동의 등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리뉴얼 신사업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진행한다. 사업 주체가 조합이 아닌 입주자대표회의로, 절반 이상(과반)의 주민 동의만 얻으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비용도 세대당 최대 1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철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주비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하고, 추가 비용은 매월 일부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주민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이 팀장은 “기존 리모델링 사업도 분담금이 세대당 최소 4억~5억원 드는 걸 감안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타 브랜드 아파트도 리뉴얼 신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명동보 아파트는 현대건설이 당초 리모델링 사업으로 수주했으나,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리뉴얼로 전환해 진행하는 케이스다. 이 팀장은 “리뉴얼 뒤 힐스테이트나 디에이치(THE H) 브랜드 변경도 가능하다”며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신명동보 아파트 리뉴얼을 시작으로 수주 단지를 차츰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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