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은 기술과 정치, 윤리와 시장이 얽힌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초거대 모델의 고도화, 글로벌 인프라 전쟁, AI 규제 외교, AI 창작 윤리 등 복합적 이슈가 촘촘히 얽히며 ‘AI 거버넌스 시대’의 문을 열었다. GPT-4.5, Claude 4, DeepSeek-R1 등 성능 경쟁은 물론, 미국과 유럽, 중국의 산업 전략과 외교 구도까지 한 눈에 돌아본다.
‘DeepSeek-R1’ 등장, AI 반독점 신호탄 쏘다
지난 1월,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LLM ‘DeepSeek-R1’을 공개했다. 수학·코딩 영역에서 GPT-4에 맞먹는 성능을 보여줬으며, 특히 추론 기반 체인오브생각(Chain-of-Thought) 기법을 적극 반영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모델의 공개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시장 지형을 흔들었다. DeepSeek-R1은 GPT-4.o와 유사한 성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종속성을 위협했고, 실제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급락하며 약 589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AI 컴퓨팅 자원과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전 세계가 AI 규범 외교에 나서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AI 액션 서밋’이 열렸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공동 주최한 이 정상회의에는 미국, 영국, EU, 일본 등 주요국이 참가해 AI 규범 및 인프라 투자 논의를 벌였다. 유럽연합은 1100억 유로 규모의 ‘InvestAI’ 계획을 발표하고, 공공 AI 연합체인 ‘Current AI’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포용적 AI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고, JD 밴스 미 부통령은 미국의 AI 자율 전략을 강조했다. 이는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제적 불균형과 향후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같은 기간 오픈AI는 ‘딥 리서치’ 기능을 통해 ChatGPT에 실시간 웹 탐색 기반의 문서 요약 기능을 추가하며 제품 고도화에 나섰고, 미스트랄은 초당 1000단어 생성 속도를 내세운 ‘Le Chat’ 앱을 출시하며 맞불놨다.
오픈AI의 공격적 행보와 대형 프로젝트의 등장
지난 4월, 오픈AI는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비영리 목적 위반’ 소송에 대해 강도 높은 반소장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오픈AI 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OpenAI의 운영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며, 이를 괴롭힘과 위장된 인수 시도로 규정했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가 2015년 설립 당시의 비영리 목적을 훼손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상업적 AI 독점 기업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오픈AI는 “머스크 본인도 초기부터 유료화와 투자 유치를 지지했으며, 독립적 운영을 위한 영리 전환을 반대한 바 없다”고 반박하며 맞섰다.
같은 시기,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 MGX 등과 함께 미국 내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직접 백악관 브리핑에서 소개했으며,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향후 4년간 인프라와 인력, 모델 훈련 파이프라인 전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독립 법인 스타게이트 LLC를 통해 운영되며, 초기 1000억 달러가 즉시 투입됐다. 텍사스 Abilene 지역에 10개 이상의 AI 데이터센터가 착공됐으며, 향후 16개 주로 확장될 계획이다. 운영 주체인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40%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오라클과 MGX가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GPT-4.5·Claude 4 등 모델 전쟁 격화
5월에는 대형 모델 업데이트가 쏟아졌다. 오픈AI는 코드 에디팅 스타트업인 윈드서프를 30억 달러에 인수하며, GPT-4.5의 전초전으로 해석되는 고성능 모델을 일부 사용자에 선공개했다. 이 모델은 맥락 유지 능력과 요약 품질을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앤트로픽은 ‘Claude 4’ 시리즈를 발표해 Opus와 Sonnet 모델로 나눠 시장 공략에 나섰고, 딥마인드는 AI 코딩 에이전트 ‘AlphaEvolve’를 공개하며 실사용 기반의 AI 모델로 전환 중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구글은 ‘Gemini 2.5 Pro’를 발표하고, 동영상 생성 모델 ‘Veo 3’를 선보이며 멀티모달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검색엔진 내 Gemini 기반 A.I. 모드도 정식 출시되면서, ‘AI 플랫폼 경쟁’은 모바일·웹을 가리지 않고 가속화되고 있다.
대폭발하는 AI 인프라 투자
7월은 AI 인프라 경쟁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기였다. 7월 6일, 미국 국방부는 오픈AI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AI를 군사 정보 분석 및 시뮬레이션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어 미 정부는 엔비디아에 중국 수출을 위한 조건부 AI 칩 판매를 허가하며, H20 칩 수출이 재개됐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에너지 연계 산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구글·애플 등과 총 925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민관 연합체를 구성한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 영국 정부는 13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 슈퍼컴퓨터 역량을 20배 확대하겠다는 AI 컴퓨팅 파워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AI를 둘러싼 다중 전장의 시대
2025년 상반기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산업, 외교, 윤리, 인프라 전반에 걸친 다중 전장을 형성했다. 기술적으로는 GPT-4.5, Claude 4, AlphaEvolve 등 모델 성능 경쟁이 고도화됐고, 전략적으로는 미국·유럽·중국·한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인프라와 규범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윤리적 갈등과 창작자 권리 보호 요구가 AI 산업에 대한 새로운 견제를 형성하며 산업 규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반기에는 AI 컴퓨팅 자원의 탈중앙화, AI 데이터 공개와 투명성 확보, 로봇-생성형AI의 통합 서비스 모델, AI 윤리 표준화 등 복합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