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저축은행… 오화경 넥스트 리더십도 안개 속

2025-01-21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임기 내달 16일 만료

다음 리더십 핵심은 저축은행 전반의 위기 해결

저축은행 업계가 지속적인 업황악화에 건전성 문제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재정건전성 평가 기준을 높이고 제재를 예고함에 따라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급기야 업계 상위권의 저축은행조차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나름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탄핵정국의 영향으로 당장 내달 16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오화경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인선절차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만일, 저축은행중앙회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경우, 위기를 수습할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국내 저축은행 4곳에 자산건전성 등급에서 최하등급인 4등급(취약)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들은 주식 소각이나 병합, 영업 정지 등의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경영개선계획서를 받아본 뒤 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의 최대 당면 과제는 부실채권 정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기준 3곳의 저축은행에 취약 등급을 확정하고, 안국과 라온저축은행 등 2곳에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적기시정조치란 금융감독 기관에서 경영실태조사를 실시해 기준 미달정도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및 경영개선명령의 3단계로 구분하여 단계적으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부실채권 공동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문제가 있어 기대하는 것처럼 빠르게 설립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저축은행들은 각개전투 형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업계 7위인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희망퇴직이 전무했던 만큼, 이례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저축은행들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는 없어야 한다며 판관비 줄이기나 부실채권 정리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푸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장 내달 16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오화경 회장의 리더십 공백 문제도 저축은행업계의 고민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선거 14일 전에는 후보자추천이 이뤄져야 한다. 후보자 추천을 위해서는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차기 리더십에 대한 저축은행업계의 반응도 갈린다. 일각에선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세평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업계 출신 첫 회장으로 내부 고충을 알고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오 회장의 연임을 조심스레 내다보는 쪽도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리더십이 교체되고 나면 내부가 정리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라며 리더십 교체 이후의 내부 혼란을 우려했다.

반면 금융당국과 친밀한 관 출신의 인사를 통해 업계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 출신 회장이 보유한 관계망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각자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보다는 문제 해결이 급하다"면서도 "금융 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점에서 관 출신 인사의 인맥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누가 되느냐보다 저축은행이 겪고 있는 위기를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선거에서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저축은행들이 움직일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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