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 육성자금 지원 늘려도…“수습 역부족”

2025-01-20

정부가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지원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책자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이 늘어난 데 따른 처방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청년농의 긴급한 자금 수요는 해결될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청년농들은 예산 고려 없이 청년농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 둔 채 일부 피해자만 구제하는 미봉책이라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후계농에게 영농자금으로 지원되는 후계농 육성자금 신규 대출규모를 기존 6000억원에서 1조5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본지 1월20일자 1면 보도).

늘어나는 자금 수요를 종전 예산으로는 감당하지 못해 대출 신청 청년농 4분의 3이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급하게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조치 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신속하게 대책이 마련돼 다행”이라면서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청년농은 이번 대책이 사태를 수습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몇명이 구제될지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면서 “다만 지난해 12월9일까지 농지 등 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출이 배정되지 않은 청년을 1순위, 이달 17일까지 계약을 맺었으나 대출 배정이 안된 청년을 2순위로 지원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긴급한 자금 수요는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후계농 자금 지원 중단사태 긴급간담회’에 참석한 김다솜 ‘후계농육성자금 배정운영 피해자 모임’ 대표는 이를 두고 “상반기 대출 신청 금액만 1조2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확보된 자금규모로는 피해자 중에서 구제할 사람을 또다시 ‘선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전국농어민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렸다.

구제 인원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납득하기 어려운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간담회에서 청년농 조하윤씨(충북 진천)는 “업체와 얘기가 잘돼 계약금 없이 공사를 하기로 계약서를 썼고 중도금도 곧 주기로 했는데, 계약금 이체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 배정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구제 과정에선) 계약서, 계약금 이체증 등 관련 서류를 폭넓게 인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책이 대출 선별 배정 방식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씨는 “청년농에 선발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당시 청년농 선발 공문이나 포스터에는 대출을 선별 배정한다는 얘기가 없었다”면서 “대출을 상시 배정으로 돌려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청년농 김병연씨(경기 양평)도 “대출을 선별 배정하면 누가 불확실성을 떠안으면서 청년농이 되고자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화살의 끝은 ‘실적 채우기 중심’인 정부의 청년농 육성 정책으로 향한다. 이번에 대출 선별 배정이 도입된 큰 이유가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서 청년농 선발 인원만 늘린 탓이어서다. 한 청년농은 “정부가 올해도 청년농 5000명을 뽑는다고 하는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청년농을 양적으로 늘리기보다 ‘사전 영농 경험 축적, 사후 안착’ 등의 체계를 만드는 데 공을 들여달라는 요구가 컸는데 이번 사태로 이런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5000명 선발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출 선별 배정을 계속 유지할지 등에 대해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석훈·이재효 기자 shakun@nongmin.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