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 ‘내돈내산’ 시스템으로 바꾸자

2025-01-21

연금 고갈은 시간문제, 보험료율 조정은 '언발에 오줌누기'

연금 수급자 권리보호, 저소득층 지원 방안 동시 해결해야

개인 계좌 기반의 싱가포르의 CPF 모델 참고할 만해

이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으로 적립기금은 약 1,015조 원에 달하며, 2039년에는 최대 1,972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54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크게 올려야 하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35%를 넘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초과할 수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과거 세대는 낮은 보험료율로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와 미래 세대는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 부담을 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는 "내가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퍼지고 있다. 보험료율 조정 위주의 기존 연금개혁 논의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단지 기금 소진 시점을 몇 년 연기하는 데 그칠 뿐이다. 게다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현재의 연금 제도는 고령층의 증가와 청년층의 감소라는 인구 변화 속에서 세대 간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의 중앙적립기금(The Central Provident Fund, CPF) 모델은 눈여겨볼 만한 대안이다. CPF는 개인 계좌 기반으로, 납부자가 낸 금액과 이자를 합쳐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은퇴 이후에는 개인 계좌가 연금 계좌로 전환되어 매월 일정 금액이 지급되며, 납부한 금액과 이자가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아간다. 이 시스템은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CPF는 근로자가 소득의 최대 20%, 고용주가 17%를 부담하는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납부한 금액이 개인 계좌에 적립되며, 필요할 경우 주택 구입이나 의료비 등으로 중도 인출이 가능해 재정적 자율성을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개인 계좌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금 고갈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CPF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적으로 기존 연금 수급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열린사회포럼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신연금’ 모델은 매우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모델은 현행 연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재정은 일반 재정으로 보충하고, 미래 세대에는 완전 적립식 방식의 ‘신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연령별 공동계좌 시스템을 통해 개인 계좌 기반 구조와 세대 간 소득 재분배를 동시에 실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개인 계좌 방식을 도입하면 국민연금 개혁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다. 납부자가 직접 자신의 연금을 관리하며 기금 고갈 우려를 없앨 수 있어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선택권과 유연성은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국민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인식은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복지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고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안전망이다. 그러나 기금 소진 시점을 연기하는 임시방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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