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네이구이

2024-10-18

홍콩 영화 ‘무간도(無間道)’는 경찰과 범죄조직 사이의 첩보전을 다뤘다. 영화 속에서 경찰에 잠입한 조직원 류더화(劉德華)는 무작위 문자메시지로 단속을 알린다. 조직에 숨어든 량차오웨이(梁朝偉)의 존재를 포착한 뒤다. 모토로라 피처폰의 흑백 액정에 일곱 글자가 찍혔다. “내부 스파이가 있다. 거래를 중단하라(有內鬼終止交易).” 내부 스파이는 중국어로 안 내(內), 귀신 귀(鬼)를 합쳐 ‘네이구이(內鬼)’라 쓴다. 개인 이익을 위해 내부 비밀을 누설하는 첩자다. 중국에서는 간첩을 귀신에 비유했다.

‘네이구이’는 춘추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에 내부의 도적을 말하는 ‘내귀(內宄)’로 처음 쓰였다. “어지러움이 안에 있으면 귀(宄)라 하고 밖에 있으면 간(奸)이라 한다. 귀를 막으려면 덕으로 하고 간을 막으려면 형벌로 한다(亂在內爲宄 在外爲奸 御宄以德 御奸以刑).”

최근 중국 정계에서 ‘네이구이’ 체포 소식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연회청에서 건국 75주년 리셉션이 열렸다. 식사를 마친 리간제(李干傑·60) 중앙조직부장이 급히 인근 청사로 복귀했다. 요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중앙조직부의 수뇌부 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차관급 리강(李剛·59) 감찰팀장 징계안 처리였다.

리강은 중앙기율위원회가 1년 전 중앙조직부에 파견한 고위 간부다. 낙마 소식은 이틀 뒤 중앙기율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중국 매체들은 ‘네이구이’를 잡았다고 타전했다. 회의록에 ‘네이구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대신 심상치 않은 용어가 가득했다. 정치충성교육, 당성교육 등 낯익은 표현은 물론, ‘일찍 적은 것부터 예방한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변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등의 구호도 등장했다. 수뇌부의 부패를 말하는 ‘등잔 밑 어둠(燈下黑) 방지’도 다짐했다.

리강에 이어 10일 천샤오보(陳笑波·59) 하이난(海南) 기율위 부서기가 낙마했다. 중국에서 기율위는 사찰기관이다. 기밀로 분류되는 수사 정보를 독점한다. 리강이 낙마하자 인사권을 가진 조직부와 감찰권을 가진 기율위의 갈등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당의 비밀을 지킨다(保守黨的秘密)”는 중국공산당 입당선서의 핵심 문구다. ‘네이구이’를 중징계하는 이유다. 마침 최근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북한·중국·이란에서 정보원 모집에 나섰다. 내부정보를 둘러싼 첩보전이 안팎에서 격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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