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라인

2024-10-18

선 또는 줄. 사전은 ‘라인(line)’의 첫 번째 뜻으로 이렇게 풀지만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영화 ‘라인’(2023)에서 엄마를 때려 100m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맏딸. 막내딸이 이 맏딸에게 “언니, 여기 넘어오지 마”라며 바닥에 그려 준 건 선이다. 명품 오픈런을 위해 매장 앞에 선 사람들이 만든 건 줄이다.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 ‘선을 긋다’와 ‘줄을 긋다’는 각각 제한과 강조라는 전혀 다른 뜻이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은 연결의 의미다.

네이버 라인 사태가 잠잠해지자 다른 ‘라인’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안보 쪽에서 ‘충암고 라인’이 잠깐 나오더니 ‘한남동 라인’ ‘김건희 라인’으로 이어져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받아치고 있다. 이런 라인들은 ‘줄’과 ‘선’의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누군가를 정점으로 줄을 섰고, 끈끈하게 선으로 연결돼 있다. 비선(秘線)이란 말 자체가 비밀스러운 라인이란 뜻이다.

브루투스가 ‘라인’을 갈아타고 충성했던 카이사르 암살에 동참했으니, 라인은 인간사에 새겨져 있다. 라인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라인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전횡하면서 꼬여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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