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교도관 적은 휴일에 폭동 일으켜
부정선거 시위도 계속…이브날 21명 사망
“관공서 등 불타…유령 도시 같은 모습”
부정선거 논란으로 두 달 넘게 격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잠비크에서 죄수 1500여명이 탈옥하는 사건이 25일(현지시간) 발생했다.
AFP통신은 이날 수도 마푸토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폭동이 벌어져 수감자 1534명이 탈옥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탈옥한 이들 중 150명을 다시 붙잡았지만, 교도관과 수감자가 충돌하면서 3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베르나르디노 라파엘 모잠비크 경찰청장은 수감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뒤 벽을 부수고 탈출했다면서 “앞으로 48시간 동안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탈옥한 수감자들은 교도관이 소지한 AK-47 소총을 빼앗아 도주했다고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영 SABC방송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 휴가로 평소보다 근무하는 교도관이 적었던 점을 노리고 이날 탈옥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폭동이 지난 10월 대선이 치러진 후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선거 불복 시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위는 지난 선거에서 1975년 독립 이후 50여년간 집권한 여당 프렐리모가 71% 득표율로 또 승리하자 야당 후보 베난시오 몬들라느가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몬들라느가 불복 시위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고,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지난 두 달 간 130여명이 사망했다.
다만 모잠비크 정부는 탈옥 사건과 선거 불복 시위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헬레나 키다 법무부 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폭동은 교도소 내부에서 시작된 것이며 외부에서 벌어지는 시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다음달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갈등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헌법위원회는 지난 23일 대선 개표와 관련해 집권당 득표율이 선관위 발표(71%)보다는 적은 65%라고 바로잡으면서도 프렐리모의 승리는 인정했다. 판결이 나온 직후 시위가 다시 커지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만 21명이 추가로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변 위협을 이유로 해외로 도피중이었던 몬들라느는 프렐리모의 다니엘 샤푸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다음달 15일에 자신도 대통령으로 취임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마푸토를 취재한 BBC는 “독립 이후 최악의 소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지역 관공서과 경찰서, 은행 등은 모두 약탈당하거나 불에 탔다”며 “마치 유령 도시 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