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올라타자"… 강남 큰손, 한달새 1조 쓸어담아

2025-02-18

홍성용 기자(hsygd@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관세전쟁에 안전자산 인기

초장기채 위주로 수요 몰려

100억원 투자한 슈퍼리치도

30년물 年수익률 7% 넘어

투자자들 "장기전으로 접근

향후 자녀에게 증여도 고려"

올 들어 국내 슈퍼 리치들이 미국 채권 대량 매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미국 순매수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30년물 장기 채권 상품에 매수세가 몰렸다. 30년물 상품의 연 수익률이 7%를 넘으면서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피난처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해 1월 한 달 동안 미국 국채 상품을 1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3.2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1·12월과 비교해서도 각각 2배,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9월까지는 월별로 1조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지만 4분기에 대폭 감소했고, 올 들어 다시 수요가 급증한 셈이다. 2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이미 1월 판매 금액의 절반이 넘는 매수세가 붙고 있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매수 금액(4800억원)을 기록한 삼성증권에서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100억원 이상을 한 번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월 미국 국채를 매수한 2250명 중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을 매수한 고객 비중이 33%에 육박했다.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들로 구성된 삼성증권 SNI지점 고객 284명은 1명당 평균 12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들였다.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단번에 사들인 이들 수도 두 자릿수를 훌쩍 넘었다. 특히 삼성증권에서는 전체 판매 금액 중 75%가 미국 30년물 장기채권 상품에 몰려들었다. 2050년 5월 만기인 30년물 상품에 대해서만 3600억원이 넘는 매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 예금 이자율이 3%대 초반에서 점점 하향 추세인 상황에서 미국 30년물 상품의 세전 수익률이 7%를 넘는 등 안정적인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초고액 자산가의 경우에는 미국 30년물 장기채 상품 수익률이 10%가 넘는다.

판교의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김진만 씨(가명)는 "국내 회사채와 지역채에 투자했던 자금 7억원이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 대상을 물색하던 중에 미국 국채 금리가 매력적이어서 10억원을 만들어 투자했다"며 "초장기채라 보유하다가 자녀에게 증여하는것도 감안해 적극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복귀하고 당분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시그널이 나오는 현재 시점이 미국 장기채권을 매수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지 않은 시점이 채권 가격에는 반대로 가장 저렴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채널솔루션전략담당은 "장기 국채일수록 금리가 0.1~0.2% 등락할 때 자본 차익·차손의 변동이 굉장히 크다"며 "금리 인하가 당장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으므로 지금과 같이 채권 가격이 쌀 때 투자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장기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정책의 피해를 헤지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관세를 매기면 단기로는 금리를 올리지만, 중장기로는 경제성장률을 낮춰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국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 대신 미국 초장기채를 매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

정 담당은 "미국이 동맹국에 미국의 초장기채를 매수하도록 하면, 장기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로 미국이 부담해야 할 국채 비용이 줄고, 달러도 약세화된다"며 "트럼프가 원하는 '약달러·저금리'를 손 안 대고 코 푸는 게 관세정책 추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는 한국 국고채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1월 국고채를 93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5%, 전월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홍성용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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