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 봄이다.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가 모여 일주일, 한달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시간의 흐름 속에 휩쓸려 가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 ‘시간을 선택하는 기술 블럭식스’의 저자이자 시간관리 전문가인 정지하씨를 만나 방법을 들어봤다.
◆하루를 6개 키워드로…시간을 시각화해야=시간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실감하기 쉽지 않다. 정씨는 시간을 한정된 공간으로 시각화하라고 조언한다. 하루를 6가지의 굵직한 키워드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식사 시간을 기준으로 ‘(아침 식사), 오전 2블록, (점심 식사), 오후 2블록, (저녁 식사), 저녁 2블록’으로 나누는 식이다. 예컨대 직장인이라면 평일엔 ‘(아침 식사), 출근 준비, 회사, (점심 식사), 회사, 회사, (저녁 식사), 운동, 휴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루 24시간, 일주일 168시간이란 막연한 시간 개념이 하루 6블록, 일주일 42블록으로 구체화된다. 직전의 한주를 42블록으로 나누고 유사한 활동끼리 묶어보자. 업무와 관련돼 변경이 어려운 고정시간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각각 몇 블록인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실제로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지를 확인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주간 계획, 지키기 힘들더라도 반드시 세워야=주말엔 30분만 시간을 내 다음 한주를 계획해보자. 42블록 안에서 학교·회사 등 고정시간과 친구·가족 모임 등 약속도 적는다. 이중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록이 몇 개인지,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선택한다. 또 일주일을 채우는 다양한 일 가운데 반드시 계획대로 하고 싶은 것, 즉 어디에 중심을 둘지 딱 한가지만 정해보자.
반드시 실천하고 싶은 일이 운동이라고 해보자. 퇴근하고 운동을 가려는데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았을 때,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반면 주간 계획을 세웠다면 ‘무엇을 더 우선순위로 둬야 할지, 둘 다 하기 위해 시간을 조정해볼 여지가 있는지’ 고민한 뒤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정씨는 “운동을 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선택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시간관리의 본질은 나에게 궁극적인 행복을 주는 것을 제대로 하는 데 있으며, 자신의 힘으로 시간을 선택하는 경험을 쌓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르신·은퇴자 등 여유 많을수록 시간관리 중요해=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농번기와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농한기가 뚜렷한 농민들에게도 시간관리법은 유용하다. 정씨는 농번기와 농한기를 구분해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농번기에는 농사일에 집중해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농한기 때 일주일 42블록의 주간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씨는 “정말 바쁠 때보다는 여유가 많을 때 시간을 제대로 쓰기 더 어렵다”면서 “이듬해 농사계획 수립을 위한 공부, 체력 증진을 비롯한 건강관리, 충분한 휴식 등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농한기를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무에 매인 고정시간 특별히 없간이 특별히 없는 어르신·은퇴자 등은 하루 6블록을 모두 채우지 않아도 좋다. 정씨는 “각자 상황에 따라 하루 1∼2블록만 계획해도 충분하다”면서 “일주일에 몇 번이나 운동을 하는지, 주기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시간관리법에 대단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을 알아도 언제나 실천이 문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끄적여보자. 그저 정신없이 바쁜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에 한 발짝 가까워질지 모른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