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주도권을 가진 야당은 검찰과 경찰 등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전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도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급속도로 고도화·지능화되는 범죄는 수사기관이 평생 마주해야 할 숙제이다. 신종 범죄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범죄는 발전한다. 수사기관은 이같은 신종 범죄를 따라가기도 바쁜 실정이다.
최근 이슈가 된 딥페이크 범죄를 예로 들어보자.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과학·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신종 범죄를 만들어냈다. 보이스피싱도 딥페이크 음성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마약 범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학원가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가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같은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특활비와 특경비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내용 증빙에서 차이가 있는데, 특경비는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만 특활비는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돼 사용 내역 등을 비공개로 한다.
비공개는 비공개인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마약 수사에선 정보 활동이나 조직 내부 정보원의 제보 등으로 단서를 잡는 경우가 많아 정보원 확보·유지가 중요하다.
이같은 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경우 수사 기밀이나 동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인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누가 제보를 하려고 할까. 애초 수사 자체가 기밀성을 요구하지만 이처럼 '더' 기록을 남기면 안 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이번 야당의 수사기관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일부 특활비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한들 전액 삭감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극히 극단적이다.
신종 범죄가 이슈가 되면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수사기관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를 수행할 수사기관의 다리는 잘라내고 있는 꼴이다. 지극히 모순적이다.
특활비 등의 전액 삭감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전액 삭감이 됐을 때 앞서 이야기한 마약이나 딥페이크 범죄 등에 대한 수사력 저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묻고 싶다.
검사와 경찰, 수사관들이 사비를 털어가며 수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가. 이들이 사비를 쓰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수사 공백은 누구의 책임이며, 부실수사의 책임을 이들에게 지울 명분이나 있나.
세간에선 야당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찰 압박용으로 이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 정말 투명한 특활비 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건설적이고 상식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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