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선 봄 향기 피어오른다

2025-02-0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춘이 오는 날

- 김덕성

한파는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

이리 일찍 자리를 내 줄 수 없다고

아니 내 자리를

왜 빼앗으려는 가고

서슬이 퍼래 대항하듯이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봄은 저만치에서 서성거리고

한파는 기승을 부리는데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줄의 칸을 그려놓고 한 줄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간 한 것이다. ‘구구소한도’에서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노래했다. 옛 선비들의 겨울나기는 옷이나 음식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구구소한도를 통한 마음의 겨울나기도 했음이 흥미롭다.

여기 김덕성 시인은 <입춘이 오는 날> 시에서 “한파는 /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라고 노래한다. 지금 이즈음 상황과 너무나 맞아떨어지는 노래다. 입춘이 지났지만, 가장 혹독한 추위를 우리는 맞닥뜨리고 있다. 더구나 계엄령 사태로 인해 추위는 더욱 가중되고 있음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이 구구소한도로 봄이 온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았음을 잊으면 안 된다. 김덕성 시인은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른다고 시를 맺는다. 우리의 가슴 속에는 매화가 서서히 피고 있음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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