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설사 출신' 박기정 영국변호사
박기정 영국변호사는 한국 굴지의 건설사 국제법무실, 동남아 지역 대표 등으로 근무하다가 회사를 사직하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변호사가 된 주인공으로, 건설사 법무실을 거쳐 건설 전문 영국변호사가 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건설 전문을 지향해 건설법이 발달한 영국변호사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내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
박 변호사는 "IMF가 지나가고 한국에서는 국제건설 전문 변호사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0년대 초반 클레임과 계약 분쟁 협상, 중재, 소송 등 여러 건설 분쟁 건을 담당했는데, 당시 영국 로펌 외에 한국에서는 누구의 전문적인 도움도 받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며 "영국변호사가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한국인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내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영국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 때가 2000년대 중후반. 대기업 홍콩지사에 근무하던 박 변호사는 홍콩대가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와 연계해 운영하는 영국법 과정을 수료하고 영국변호사 시험도 통과했다. 이어 홍콩지사장을 끝으로 사직하고 영국으로 가려고 했으나, 당시 회사에서 중요시하던 지역인 베트남 포함 동남아 지역 대표 자리를 제안해 본격적인 영국행은 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국제건설 영국변호사의 꿈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베트남에 상주하며 동남아 대표직을 4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영국행을 결심했다. 회사 CEO의 만류에도 사표를 내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그는 영국변호사 실무연수과정을 마치고 2015년 국제건설법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국의 한 작은 로펌에서 영국변호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한국 대기업 건설사에 이어 건설법의 본고장인 영국 로펌에서 경력을 쌓고 8년 전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한 박 변호사의 주된 업무는 국제건설계약 자문과 클레임 및 국제중재 등 분쟁 관련 업무. 박 변호사는 "국내 대형 건설사의 수년에 걸친 중동에서의 국제건설 중재 건을 율촌 국제분쟁팀과 함께 수행해 작년에 완승한 데 이어 원전 수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최근엔 해외 원전 공사 관련 자문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자문한 대형 해외 원전 공사만 3건에 이른다.
《국제건설 계약법의 이해》 출간
이와 함께 외국기업의 한국내 공장 설립을 위한 국제표준계약서 작성 및 관련 자문도 박 변호사가 많이 관여하는 업무 중 하나로, 박 변호사는 2018년 초판이 나온 《국제건설 계약법의 이해》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한국 건설이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한국 건설사의 해외공사에서 주의할 점은 없을까.
박 변호사는 "10여년 전 국내 건설사들에게 닥쳤던 중동발 어닝쇼크 이후 많은 한국 건설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오고 있으나,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해외건설이 국내와 가장 다른 점은 모든 과정이 계약서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이라며 "건설사에 드리는 첫 번째 조언은 클레임이 될 사안에 대해서는 계약에 따라 곧바로 클레임 통보를 하라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Good Cop, Bad Cop' 역할 분담 주효
발주처와의 관계 등이 걱정되어 클레임 통보가 주저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박 변호사는 실제로 중동의 한 건설현장 소장에게 조언했던 내용이라며, 예를 들어 현장소장과 공무부장이 소위 'Good Cop, Bad Cop'으로 역할을 나누어 대응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Bad Cop인 공무부장의 클레임 통보 후 소장이 발주처에 회사 규정상 공무부장은 계약상 따라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업무태만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통보를 한 것이며, 회사 절차상의 사안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고 관계를 유지한다면, 발주처와의 문제 발생 없이 계약서상의 자격을 지켜내게 되고, 장래에 문제가 생겨도 권리를 잃지 않고 건설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에서 소개한 중동 건설현장 사례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공사도 잘 진행되었다고 한다.
"국제건설 계약서의 법리와 내용이 영국법에 근거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자문이나 분쟁 해결이 영국계 로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한국 건설사들도 대부분 영국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박 변호사는 그러나 "해외공사 현장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사실관계의 확인인데, 외국 로펌은 국내 건설사와의 의사소통에서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기업이 해외건설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건설법이 발달한 영국 로펌과 한국 로펌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증인진술서 등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한국 로펌이 담당하고, 영국 로펌은 법리와 절차를 리드하는 식으로 업무를 분장해 국내 건설사들이 법률 용역 입찰을 실시할 때 한국-영국 로펌의 컨소시엄 방식을 추진하면 품질, 가격,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로펌과 한국 로펌을 모두 경험한 건설 전문 박기정 변호사의 의견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