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헬기 현주소②]소방청, 수의계약 고집 '어째서'…기종 다양화 시급

2025-04-14

소방청 보유 헬기 중 43%가 특정 제조사…선진국과 동떨어진 규격 적용

산불 진화 임무, 특화된 스키드형 헬기 아닌 바퀴용 투입…기종 치중 심해

국내에서 대형 산불로 인해 올해 초 미국 LA 산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으면서 산불을 끄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헬기 운용 및 대처 능력과 헬기의 도입 및 기종에 대한 문제점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매년 겨울과 봄철 극심한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산불에 대한 국민적 관심 부족 및 이를 끄기 위한 수단과 체계가 미흡한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다시는 같은 재난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헬기 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경북 지역의 산불 사태에서 소형 헬기 비중 및 작전 개념 부재가 문제로 불거지는 가운데 소방청의 헬기 계약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종 계약을 중·대형 헬기로만 진행했다는 점과 산불 진화에 특화된 스키드형 헬기의 필요성도 커진다.

◆소방청 수의계약 통한 특정 제조사 고집…'불필요 옵션'도 문제점

올해 2월 기준으로 소방청이 보유한 헬기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13대 △프랑스 에어버스 9대 △한국 수리온 4대 △일본 가와사키 2대 △러시아 카모프 2대 △미국 시코르스키 1대 등으로 총 31대다.

이 중 이탈리아 헬기 제조사인 레오나르도의 기종은 AW139, AW169, AW189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종들은 모두 중형 헬기로 다목적 및 수색 구조 임무에 특화된 기종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기종들이 모두 소방청의 단독 수의 계약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소방청은 헬기 기본 규격으로 최대 항속거리 500㎞, 이륙중량 4.3t, 최대 운항속도 240㎞ 등을 요구 규격으로 적용하고 있다.

소방기본규격과 달리 지역별로 규격이 상이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8월 소방청은 조치를 취했다. '119 항공대 운영규정'(소방청훈령 제383호) 제 14조(항공기 도입)에 기본 규격을 적용해 도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제정된 소방 기본 규격도 타 소방 선진국에서 제정된 헬기 규격과 동떨어져 글로벌 헬기 제조사들이 소방 헬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규격에 맞춰진 레오나르도 사의 수의 계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청의 지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헬기 계약 및 교육 현황에서 확인된 계약은 지난 2023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AW139 2대다.

본래 입찰 방식이 경쟁을 원칙으로 해야하는 것에 반해 규격으로 인해 특정 제조사의 헬기 도입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소방청이 보유한 헬기 중 레오나르도의 비중은 43%에 달한다.

아울러 레오나르도 헬기에는 특화된 임무 수행과 관계없는 옵션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옵션은 공중충돌경고장치인 TCAS 장비다. TCAS장비는 1형과 2형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형의 경우 공중충돌 위험 시, 사전 충돌 경고 기능을 제공한다. 2형은 충돌경고와 회피기동을 할 수 있고 고고도 비행을 하는 고정익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능이다.

전 세계 헬기 대부분이 저고도 비행과 산악지대와 같은 환경에서 충돌 방지를 위해 1형을 장착한다. 하지만 2형은 고고도를 비행하는 고정익이 장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격면에서 있어서도 1형과 2형은 큰 차이를 보인다. 1형은 10만 달러 (약 1억4500만 원)지만 2형은 70만~90만 달러(약 10억~13억 원) 수준이다.

과거 소방청은 2019년 독도 헬기 사고로 인해 2형을 필수 장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사고의 원인은 기체결함이 아닌 야간 비행에서 조종사의 공간 착각과 조종 미숙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기종의 특정 제조사에 치중될 경우 추락 사고가 발생시 운용 지연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과 같은 경우에도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 기종들의 비행을 중단했다. 이는 동일한 결함이 다른 기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조종사 출신의 전문가는 "기종을 다양화하는 것이 정비의 문제로 인해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특정 기종에 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체 기종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 임무 특화된 '스키드형' 헬기 도입 확대 필요↑

이번 산불 진화 작업에서 중·대형 헬기 위주로 구성돼 작전 개념의 부재가 문제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헬기의 종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유한 헬기들 중 다수가 산불 진화에 특화된 기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 투입된 대부분의 헬기는 바퀴형 헬기다. 바퀴형 헬기는 의무후송과 인명구조를 주된 임무로 설정하는 헬기다. 주로 대형병원과 같은 이착륙 장소가 확보된 곳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런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환자 이송 중 비상 치료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부분의 소방 헬기는 물론 일부 산림청 헬기는 바퀴형 헬기다. 랜딩기어 구조로 인해 포장된 활주로 혹은 헬기장에서만 착륙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험지나 비포장 산림 지역이 주를 이루는 산불 진화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스키드형 헬기의 경우 임시 착륙장, 경사 지형, 들판과 같은 다수의 장소에서 착륙이 가능하다. 실제로 스키드형 헬기는 산불 진화, 훈련 및 경비, 응급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종이다.

이외에도 구조적으로 간단해 정비가 용이하고 무게가 가벼워 제작 비용이 바퀴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 공중특수진화대 인원들이 직접 탑승해 고지대에 투입되는 전술 운용에도 사용된다.

이는 앞서 지적돼왔던 작전 부재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다. 소형 헬기의 초동 대처와 정상에서 즉각적인 진화 작업등에 있어 스키드형 헬기는 전술 운용 가치가 높다.

하지만 이번 의성, 울산 등의 산불에서는 헬기를 이용한 고지대 투입이 없었다. 바퀴형 헬기의 착륙 구조로 인한 이유를 비롯해 중·대형 헬기의 담수 시간으로 인해 초동 대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소방 헬기가 기존의 다목적 헬기에서 산불 진화에 특화된 헬기 비중을 늘려 재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과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험지 착륙이 가능한 기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퀴형과 스키드형 헬기 무엇이 좋다라고 볼 수는 없으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조종사 출신의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헬기 운용에 있어 작전 체계의 유무"라며 "기종이 다양하면 정비의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동시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분명하다"라고 산불 진압 지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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