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잘 나가는 K-푸드, 아쉬운 밸류업…'K-피터 린치'를 기대한다

2025-03-23

【 청년일보 】 1980년대 초. 거리에는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출근 전 짧게 시간을 내 도넛과 커피를 사들고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근 후 한차례의 업무가 지나가고 도넛을 먹어보니 유독 맛이 있었다고 한다. 순간 궁금증이 생겨 다른 지점에서도 도넛과 커피를 먹어보니 입맛에 잘 맞았다.

여기서 나오는 그는 '스트리트 월가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투자의 귀재 피터 린치다. 그리고 이 도넛 가게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던킨도너츠다.

그는 이후에 던킨 도너츠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낸 텐베거(Ten bagger, 투자자가 10배 이상의 수익을 낸 주식)를 기록한다.

피터 린치는 일상 속에서 투자처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길거리를 걷고 마트를 가고 입고 먹고 보며 일상 속에서 만나는 좋은 기업들을 찾으라는 뜻이다.

실제로 던킨도너츠 역시 배당주로 유명했다. 이 외 우리가 알고 있는 코카콜라, 펩시, 파파존스 등도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힌다.

국내에도 이 못지 않은 기업과 제품들이 많다. 이미 K-라면은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고 이와 함께 김치, 김밥, 만두 등 다양한 한식이 유행 중이다. 맛 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글로벌 제품에 밀리지 않는다.

이를 견인하는 것이 국내 식품기업이다. 최근 내수 부진에도 해외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왜 K-피터 린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을까. 몇몇 주주들은 말했다.

"한국 식품주는 메리트가 없다"

일단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정부는 지난해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으로 밸류업(value-up·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총 100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수익성 외에도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등이 우수한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 지수에는 식품 업종으로 분류된 90개 기업 중 ▲삼양식품 ▲오리온 ▲동서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등 5곳만 포함됐다.

▲정보기술(24곳) ▲산업재(20곳) ▲헬스케어(12곳) ▲자유소비재(11곳) ▲필수소비자(8곳) 등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또 국내 유수의 식품 대기업이 없는 것도 하나의 아쉬운 포인트였다.

지금까지 국내 식품사는 짠물 배당,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등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많은 주주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문제 삼아왔다. 즉, 한국 식품주는 메리트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최근에는 주주들도 서한을 보내거나 주총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A라면 업체의 소액주주 연대는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 공개서한을 보냈고 이 기업의 주총에서 개인 주주들이 발언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K-푸드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어느 지역에 가도 한국 라면을 볼 수 있고 한국어가 적힌 국내 식품사의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지난해 K-푸드 수출이 13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국내 식품사들은 해외 굵직한 기업들과 어깨를 마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이는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주주가치 제고는 글로벌 식품기업이나 국내 여타 다른 기업 대비 미미하다. 업계에서는 낮은 이익률과 내수 부진 등으로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국내 기업들이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의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 K-피터 린치가 혜성처럼 등장해 K-식품주에 극찬을 하고, 전세계적으로 K-식품주가 주목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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