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논문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국내 국공립대·국립대병원에서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이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곳은 국립한밭대·충남대·한국체대 3곳에 불과했다. 서울대조차도 “AI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면서도 아직 이를 만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립강릉원주대·인천대·한경국립대·서울과기대 등 5곳은 표절검사 서비스인 ‘카피킬러’ 내 ‘GPT킬러’를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챗GPT 탐지 서비스인 GPT킬러는 해당 논문의 생성형 AI 표절 여부를 파악할 뿐, AI 활용 기준 자체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AI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한 제주대·경북대도 현재는 표절검사 서비스 ‘턴잇인’을 이용 중이다. 이들 대학은 윤리 기준을 수립하기보다 기술에 의존해 표절 유무를 따지는 데 그친 셈이다.
반면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대학들은 연구 역량을 보호할 수 있는 AI 활용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한밭대는 지난달 18일 ‘대학원생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연구자의 고유 역량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부정행위 발생 시 징계 등 불이익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충남대도 올8월 ‘생성형 AI 도구 사용에 관한 지침’을 신설하고 생성형 AI 사용 범위·이유를 논문에 표시할 것을 공표했고, 한국체육대는 지침에 생성형 AI의 사용 출처 표기 예시 등을 담아 실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적으로 AI를 무차별적으로 활용한 논문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팡 레이 중국 쓰촨대 박사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토메트릭’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와 관련된 이유로 게재 철회된 전 세계 논문 수는 2010년 3건에서 2023년 2302건으로 폭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드미트리 코박 독일 튀빙겐대 박사 연구팀이 지난 15년간 생물의학 분야 논문 초록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중국, 대만은 대형언어모델(LLM) 이용 흔적이 약 20%의 논문에서 발견됐다.

일부 대학은 학술·연구 지원을 총괄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생성형 AI 도구의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권고사항’을 참고한다고 밝혔지만 총 분량이 1쪽에 불과해 구체성이 떨어진다. 그마저도 “재단 외 타 기관 과제·학술지 논문의 경우 해당 기관과 학술지의 자체 규정에 맞출 것”을 강조해 학계에 널리 쓰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도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급변하는 연구 생태계에 하루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수학연구소(AIM)·사이언스지 등 세계적인 기관·학술지는 AI 도구 활용 가이드라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AIM은 “워드나 구글독스에서 AI 도구가 점점 더 포함되면서 AI 지원 글쓰기는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며 “AI 지원 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는 제출 전에 엄격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