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정 계속고용우수기업 10곳 중 9곳은 ‘재고용’…노동계 “편향” 지적

2024-12-26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에 찬물 끼얹는 행위”

‘계속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재고용) 방식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던 정부가 26일 발간한 ‘중장년 계속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에서 재고용 사례를 절대다수 포함했다. 노동계는 “경영계로 편향된 정부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중장년 계속고용에 앞장선 기업 10곳을 선별해 ‘중장년 계속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 소개된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재고용 방식을 택했다. 정년연장 방식을 택한 곳은 동국제강 1곳에 그쳤다. 고용부 측은 “기업들은 중장년 인력을 선택적으로 계속고용하고 있으며, 우수기업들은 정년연장보다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재고용 시 임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중장년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에서 계속고용을 논의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접점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일률적 정년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정 정년(60세)을 단계적으로 65세로 늘려 국민연금 수급 사이에 공백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 측 반발을 고려해 정년연장의 시급성이 큰 300인 이하 중소기업 먼저 적용하는 안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선택적 재고용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업무 성과 등을 따져 재고용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까지 정부는 경사노위가 도출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사노위로 공을 넘긴 셈이다. 다만 그 방식이 무엇이든 임금 체계 개편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경사노위에서 계속고용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청년층과 일자리 충돌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사례집에 재고용 방식이 대다수로 담겨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한 사안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지 한쪽에 편향된 정부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답정너‘식 경사노위 논의에 들러리 설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정부 역할은 노사 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대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며, 이런 식으로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자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고용부는 사례집에는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숙련기술’, ‘생산성‘ 같은 키워드로 묶은 것이며 특정 계속고용 방식을 넣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