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비가 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새 8조 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일종의 ‘외상값’으로 각종 자재 값과 인건비가 치솟은 데 반해 주택 분양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제때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비는 19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미청구 공사비는 건설사가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공사 금액을 뜻한다. 보통 자재 값이나 인건비가 급등해 예상외의 공사비가 선(先)투입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10대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비는 2021년 3분기 말 11조 20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이 본격화된 2022년에는 13조 7000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7조 5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건설 업계에서는 매출 대비 적정 미청구 공사비 비율을 25% 이하로 본다. 건설사별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미청구 공사비 비율이 42%로 가장 높았고 롯데건설(31%)과 현대건설(27%), 포스코이앤씨(24%) 등도 적정 비율을 넘거나 육박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공사 사업장에서 하자 등을 이유로 공사비 정산을 미루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주택 사업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준공 후 미청구 공사비를 정산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견사는 미분양 위험이 큰 지방 주택 공사가 많아 ‘만성 떼인 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