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파국으로 끝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3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설전에 대한 질문에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미국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사임을 요구하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한 것과는 다른 노선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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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파국으로 끝난 이번 회담에 대해 “어느 한쪽 편에 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어떻게든 미국의 관여를 연결해 G7(주요 7개국) 전체 결속을 도모하는 데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의 배경을 두고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앞둔 상황에서 일본의 국익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일본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일 동맹 강화를 확인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간 전례 없는 갈등 속에서도 어느 한쪽 편을 쉽사리 들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세운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가 충분한 공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맞서 싸워온 측면을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세운 것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 나름의 생각, 미국이 어디까지 부담해야 하는가, 납세자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당신을 지지해준 이 나라(미국)에 매우 무례한 일”이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한 데 대한 일종의 해석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며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꾸준히 억지력 강화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빗대 동아시아의 위기를 언급한 이 발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가 2022년 처음 언급했다. 사실상 지역 내 위협 세력인 중국을 러시아에 빗댄 것이었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방호복과 함께 드론(무인기) 등 76억 달러(약 11조원)를 지원하고, 2023년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