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AI의 발전은 반갑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최근 연예 산업 곳곳에 AI가 빠르게 스며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냄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유튜브에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한 커버 영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새로운 편곡과 음성으로 즐길 수 있지만, 이러한 영상 대부분은 원저작자 동의 없이 제작된 경우가 많다. 제작 과정에서 AI가 기존 음원을 학습해 목소리를 재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크다.

AI 커버 영상이 팬덤 문화와 창작 환경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허락 없이 목소리를 재현한 영상이 상업적으로 유통되거나, 원곡과 혼동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될 경우, 법적 문제와 권리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AI로 만들어진 커버 음원 역시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팬덤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신선한 경험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팬들은 '동의 없는 AI 커버 영상은 소비하지 말자'는 입장을 고수한다.
K팝 유명 작곡가 A씨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AI의 발달은 좋다. 나도 가끔 곡을 쓸 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내 곡을 AI가 다시 부른다는 것은 기분 좋지 않다. 이것도 저작권 침해 아니냐"며 불편함을 내비고 "법적으로도 정확한 틀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문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배우 김선호 소속사 판타지오는 지난달 공식 SNS를 통해 "SNS 상에서 김선호 배우 관련 딥페이크 영상 및 사칭 행위를 통해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며, "배우 사칭 및 허위 사실 유포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경고했다.
국내 주요 기획사들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이스 딥페이크 영상에 대해 '절대 선처 없는 고강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성착취 딥페이크에 '선처 없는 법적 조치',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 딥페이크 사안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 딥페이크 음성·영상 위변조 분석 장비 도입을 위해 122억원을 반영했고, 국무조정실과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대책을 발표하며 제작·유통뿐 아니라 소지와 시청 행위까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AI 딥페이크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사이버 안보 기본계획에 포함시켰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성착취물 대응을 위한 신속 신고·차단 시스템을 가동하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사람의 얼굴, 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 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I 활용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제작비를 절감하고 쉽게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며 팬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 남용될 경우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합성 영상물이 유포되고, 원저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도 있다. AI가 주는 즐거움과 새로움이 결국 아티스트의 존엄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는 연예 산업에 혁신적 가능성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연예인 권리 침해와 범죄 악용이라는 위협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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