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소설 속에서 유령을 본 이유를 “소화 안 된 고기 조각 때문”이라고 썼다. 특정 음식(서양에서는 치즈)을 먹고 잠에 들면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는 도시괴담처럼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장이 제2의 뇌’라는 최근 학설에 빗대어 보면 괴담으로 치부할 일은 아닐 수지도.
2025년 발표된 한 연구는 대학생 1,000여 명에게 음식이 잠과 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약 40%는 특정 음식이 잠을 좋게 또는 나쁘게 만든다고 느꼈고, 꿈이 바뀐다고 답한 사람은 5.5%에 불과했다. 즉, 어떤 음식이 악몽을 ‘반드시’ 만든다기보다 소화와 잠이 예민하게 연결된 사람에게만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악몽을 부른다고 가장 많이 지목된 음식은 일관됐다. 단 음식, 유제품, 고기, 매운 음식 순이었다. 반대로 과일·채소·허브티는 숙면을 돕는 식품으로 꼽혔다.
이 연구는 특히 음식 때문에 꿈이 달라진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평소 악몽을 자주 꾸고, 특정 음식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확인했다.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뇌 연결’이 잘 알려진 만큼,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이 꿈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제품은 미약한 유당 불내증만 있어도 가스가 차거나 배가 더부룩해지며, 이 신호가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깊은 잠이 깨지고 꿈이 강렬해질 수 있다.
단 음식은 혈당이 빠르게 오르고 떨어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해 꿈을 감정적으로 더 과장되게 만들 수 있다.
매운 음식은 체온을 올려 깊은 잠에 드는 시간을 늦추고, 결국 늦은 시간에 몰린 꿈이 더 압축되고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은 속쓰림이나 역류를 일으켜 잠결에 자잘한 깨짐을 만들고, 이때 꾸는 꿈은 더 산만하거나 생생해지기 쉽다. 초콜릿, 카페인, 가공육, 히스타민 많은 음식도 일부 민감한 사람에겐 잠을 흔드는 요인이 된다.
특정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악몽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같은 야식을 먹어도 한 사람은 푹 자고, 다른 사람은 이상한 꿈 속을 헤매는 이유는 체질·위장 상태·스트레스 등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악몽은 단순한 공포 장면이 아니라, 뇌가 감정과 기억, 몸의 불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신호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라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야식이 그 신호를 더 자극할 뿐이다.
만약 특정 음식을 먹으면 이상한 꿈을 자주 꾼다고 느낀다면 식사와 수면을 간단히 기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을 언제 먹었고, 어떻게 잤고, 어떤 꿈을 꿨는지 며칠만 적어도 금방 패턴이 보인다. 기록이 번거롭다면 원칙은 간단하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은 가능한 한 일찍 먹고, 자기 전에는 바나나·요거트·견과버터 토스트·허브티처럼 소화가 편한 음식으로 바꾸면 된다.
늦은 밤 매운 라면을 먹었다면? 그날의 밤 악몽은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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