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러 왔다 집사 간택 당했다, 요즘 커플 데이트 성지 된 곳

2025-02-10

지난 7일 유동진(42)씨 부부가 보호 고양이 뿌뿌를 입양하며 한 말이다. 뿌뿌는 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국내 유일 광역자치단체 고양이 전문입양센터 ‘반려마루 화성’이 지난해 5월 개관한 지 9개월 만에 배출한 100번째 입양 묘다.

유씨 부부는 “고양이를 사서 키우는 게 아니라 입양센터에서 자원봉사하다 우리 부부에게 다가온 고양이를 센터의 입양 승인을 받고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건 차원이 다른 기쁨”이라며 “버려진 고양이, 길고양이를 입양해 함께 새 삶을 사는 문화가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씨 부부는 자원봉사 등으로 이곳을 5번 방문한 끝에 뿌뿌를 입양했다. 뿌뿌는 이른바 ‘개냥이’ 성향이다. 낯을 가리지 않아 발톱을 깎고 털을 빗을 때도 전혀 저항이 없는 난도 낮은 성묘(어른 고양이)여서 부부는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뿌뿌는 지난해 12월 16일 남양주의 한 빌라에서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간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장기간 방치돼 영양실조 상태였다. 입양센터 공수현 주무관(수의사)은 “지역센터에서 7~10일 공고를 한 뒤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고양이를 데려와 새 가족을 찾아주는 게 입양센터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려마루 화성은 현재 38마리를 보호 관리하는 중이다. 하나같이 사연이 있다. 지난달 14일 센터에 온 스핑크스종 핑구는 보호자인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홀로 거주지에 남겨져 있다가 구조됐다. 지난해 4월에 온 코숏 쿠크는 오른쪽 눈이 없다. 공 주무관은 이런 고양이들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만삭인 상태로 버려졌다가 입양센터에 왔던 어미 고양이 엘사,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가 치료받고 새 가족을 찾은 고양이 우주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센터엔 수술실을 갖춘 동물병원이 있는데, 일반 시중 동물병원과 달리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한 검역실도 있다.

반려마루는 커플 자원봉사자들이 찾는 ‘데이트 성지’로도 불린다. 자원봉사는 볕이 잘 드는 쾌적한 환경에서 고양이 공간 내부를 청소하고 물과 사료를 준 뒤 1시간가량 입소 고양이 사회화 교육을 하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평일 8명, 주말 10명을 모집한다. 주말엔 모집 창이 열린 뒤 금세 인원이 차버린다고 한다.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자원봉사자 209명이 다녀갔다. 이날 오전 자원봉사자인 회사원 이인선(35)씨는 서울 송파구에서 1시간 10분가량 자가용을 달려 찾아왔다. 이씨는 “이건 자원봉사가 아니다”라며 “방 청소를 하고 집기류를 닦아주는 일을 한 뒤 고양이들과 함께 볕을 쬐는 이 시간이 얼마나 평화롭고 일상의 치유가 되는지 안 해본 사람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23년 11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도형 반려동물 복지정책 ‘애니웰(AniWel) 비전’을 선포하고 오는 2026년까지 유기동물 입양률 50% 달성, 반려동물 친화 공간 60개소 설치, 동물등록률 80% 등 목표를 세웠다. 애니웰 비전의 하나로 반려동물 복합 문화공간으로 반려마루 화성, 반려마루 여주가 개관해 입양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려마루 화성 고양이입양센터를 총괄하는 채연석 경기도 반려마루2팀장(수의사)은 “수의직 공무원으로 입직해 공직생활 20년 중 17년을 동물 방역 분야에서 전염병을 예방하고 살처분하는 직무를 수행하다 지난해부터 동물을 살리는 임무를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축산, 방역뿐 아니라 반려동물 보호, 산업 육성으로 공공의 역할이 변화하는 만큼 수의사 후배들이 공직에 더 많이 입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