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진국은 이뤘다...이젠 문화예술 키울 때”

2024-10-27

이주열 국립극단 후원회장

韓銀 총재 퇴임 후 첫 행보

“순수예술 지원해야 문화 강국

연극에 노벨상급 성과 없는 건

연극계 재정 지원 부족한 탓”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될 만큼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제는 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릴 때입니다. 공직 생활을 끝낸 뒤에도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에 봉사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72)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가 한은 총재 퇴임 후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립극단 후원회의 밤’ 행사에서 이 회장은 “1950년 창단된 국립극단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예술단체이고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류 문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립극단처럼 순수예술을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립극단의 후원금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관심을 높이고 회원을 늘려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원회의 임무는 국립극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극단의 경영진과 단원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2022년 한은에서 퇴임한 이 회장은 2014년 총재에 임명된 뒤 2018년 재임명되며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직을 연임했다. 임기 중 중앙은행의 지상 목표인 물가 관리를 안정적으로 해내고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한·캐나다, 한·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끌어 외환 시장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때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정책) 한도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은 한은 퇴임 후 여행과 운동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통화정책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접촉이 적었던 개별 산업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40년간 매크로(거시경제) 업무만 해왔다보니 마이크로(미시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AI 등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와 트렌드를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연극을 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영혼을 살찌워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중반에는 학교마다 연극 동아리들이 공연을 했고 집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도 연극을 봤다”며 “요즘도 가끔 딸아이와 극장에 가곤 한다. 연극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순수예술에 대한 선망이 가슴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 순수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작품을 많이 무대에 올리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연극계의 자생력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K팝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등 순수예술에서도 성과가 나왔지만 연극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도약이 없었던 것은 재정적 이유가 크다”며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좋은 작품과 예술가가 나오고 국민의 정신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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