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담아 연주하느냐가 훌륭한 연주자와 위대한 음악가를 가르는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가 투병 이후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가진 최근 서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3일 피아니스트 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리사이틀은 복귀 이후 첫 내한이자, 부녀 듀오 결성 20주년을 기리는 뜻깊은 자리다.
마이스키는 지난해 척수에 심각한 세균 감염이 발생해 전신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그는 “무대에서 떨어져 지낸 시간은, 그동안 내가 건강하게 연주해온 시간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며 “삶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는지를 떠올리며,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의 주제를 ‘사랑’으로 정했다. 1부에서는 베토벤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차이콥스키의 녹턴,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을 연주하며, 2부에서는 브람스와 슈만의 가곡, 그리고 슈만의 ‘환상소곡집’을 들려준다. 1부는 구조적 정교함과 형식미를, 2부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표현을 요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됐지만, 관통하는 정서는 ‘사랑’이다. 릴리 마이스키는 “차이콥스키의 녹턴,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슈만의 ‘시인의 사랑’과 ‘헌정(Widmung)’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곡들”이라며 “브람스와 슈만은 서로를 훌륭하게 보완하는 작곡가로,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마이스키는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사랑’을 꼽는다. 그는 “비틀스가 등장하기 전부터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All you need is love)’라는 사실을.”이라며 “사랑을 담아 연주하는 것이 결국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기교적으로 훌륭한 연주자를 넘어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는 지점 역시 이에 달려있다는 게 ‘첼로 마이스터’의 생각이다. “많은 훌륭한 연주자들이 정교한 소리로 생각과 의미를 관객의 ‘귀’에 전달하지만, 감정을 실어 청중의 ‘마음’에 가 닿는 연주가 있습니다. 이것이 훌륭한 연주자와 위대한 예술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올해 77세를 맞은 그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더 젊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같은 곡을 두 번 녹음해 비교해보면, 후반기 연주의 소리가 더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더 자유롭고 성숙하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예술과 음악에는 궁극의 완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도 더 나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오랜 재활 과정을 거치며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나아져서 사랑하는 음악을 오래도록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