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산업이 만든 ‘괴물’ 네이마르, 북중미월드컵 뛸 수 있을까

2025-11-21

‘마케팅이 만든 슈퍼스타’서 ‘축구 산업 구조의 희생양’이란 상반된 평가

최근의 경기력 기대 이하로 내년 월드컵에 나설 가능성도 조금씩 사라져

브라질 남자축구 대표팀 베테랑 공격수 네이마르(33)를 둘러싼 담론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재점화하고 있다. 한때는 ‘마케팅이 만들어낸 슈퍼스타’로 상징된 존재가 지금은 ‘현대 축구 산업이 길러낸 괴물’, ‘축구 산업 구조에 소모된 희생양’이라며 상반된 평가를 듣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 칼럼니스트 바니 로네이는 최근 네이마르를 두고 “현대 축구 산업이 만들어낸 가장 비극적인 괴물”이라고 규정했다.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 축구의 ‘마지막 천재’로 포장됐고, 바르셀로나·파리 생제르맹(PSG)·알힐랄로 이어지는 이적과 광고·스폰서 계약 중심에 서 있는 동안 재능은 끝없이 소비되고 육체와 정신은 닳아갔다는 의미다.

‘마법의 요정’서 온라인 밈 주인공으로 전락

네이마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과의 계약을 조기 해지한 뒤 지난 1월 브라질 고향팀 산투스로 돌아갔다. 복귀 이후 경기력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컨디션 난조를 넘어 반복되는 미스킥과 느린 볼 터치, 볼을 오래 끄는 플레이로 팀 전술과 어긋나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요즘 네이마르는 “완벽한 몸놀림으로 상징됐던 슈퍼스타의 그림자”로 평가받는다. 골문 앞에서 공을 헛차는 장면, 느슨한 드리블과 실패한 묘기, 수비수와 동료를 향해 과도하게 팔을 휘두르며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조롱 섞인 자막과 함께 소비된다. 한때 경기장에 마법을 걸던 ‘요정’은 이제 온라인 밈(meme) 주인공으로 전락했다. 로네이는 “민들레 씨앗과 무지갯빛 가루로 만든 것 같은 선수가 이제는 전형적인 30대 중반 남성 체형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2026년 월드컵에 나설 가능성도 조금씩 사라지는 분위기다.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최근 네이마르의 측면 자원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중앙에서 다른 역할을 모색할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브라질 언론과 팬덤 일부는 “마지막 한 차례 반전”에 여전히 기대를 건다. 월드컵 본선에서 교체 멤버, 또는 중앙에서 제한된 역할을 맡는 ‘노장 에이스’라도 돌아오길 바라는 분위기다. 다만 2년 가까이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공백, 반복되는 부상과 경기력 저하를 고려할 때 전망은 냉랭한 편이다.

네이마르는 유소년 시절부터 재능과 상품 가치를 동시에 갖춰 현대 축구 산업에서 전형적인 슈퍼스타였다. 그가 출연한 광고 스펙트럼은 축구화를 넘어 체취 제거제, 에너지 음료, 디저트, 금융, 자동차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한 광고는 발에 불꽃이 이는 듯한 효과를 통해 ‘신의 발’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형형색색 디저트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브라질 배터리 업체는 그를 작업복 차림 설치 기사로 등장시켜 ‘네이마르가 장착한 배터리’라는 콘셉트를 밀어붙였다. 여러 외신은 “네이마르 브랜드가 확장되면서 선수 이미지는 배경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그는 인간인가, 괴물인가, 아니면 돈을 찍어내는 기계인가”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가디언도 몇 해 전 칼럼에서 네이마르를 “축구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고가품으로 취급되는 선수(player-commodity)”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바르셀로나 이적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이적료 구조와 PSG로의 역대 최고 이적료 이적, 사우디 알힐랄행 당시 알려진 집과 전용기·슈퍼카가 포함된 ‘특혜 계약’은 모두 “축구 산업 메커니즘이 한 개인의 커리어를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네이마르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그를 둘러싼 가족, 에이전트, 스폰서, 팬과 미디어의 목소리만 나올 뿐, 정작 ‘인간 네이마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리오넬 메시에 이은 ‘차세대 축구신’, 펠레의 후계자로 추앙받았고, 국가적·상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프로젝트 중심에 놓였다.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에서 그가 부상이나 퇴장, 과도한 압박 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개인에게만 향했다. 브라질의 인기 해설가이자 전 국가대표인 월터 카사그란지는 과거 “축구는 집단 스포츠인데, 팀이 네이마르 리듬에 맞춰야 한다는 사고가 퍼져 있다. 우리는 네이마르를 고치는 대신 네이마르라는 괴물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반론도 상존한다. 네이마르는 10대 후반부터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왔고, SNS·광고·이적 협상 과정에서 ‘상품 네이마르’의 가치를 활용하는 데 누구보다 능숙했다는 의견도 있다.

스스로 괴물이 됐을까, 괴물로 만들어졌을까

숫자가 말해주는 네이마르는 어쨌든 여전히 압도적이다. 유럽과 브라질, 중동을 오가며 기록한 공식 경기 성적은 742경기 445골 286도움이다. 웬만한 스트라이커 커리어에 필적하는 득점과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 못지않은 도움을 동시에 쌓은 엄청난 업적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네이마르를 “10초 안에 아름다움과 창조성을 압축해낸 마지막 유형의 선수”로 묘사한다. 좁은 공간에서 연속적인 볼 터치, 상대 수비수 중심을 무너뜨리는 드리블, 예측 불가능한 각도로 날아가는 슈팅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네이마르는 1992년생으로 내년이면 34세가 된다. 부상 경력과 최근 기량 저하를 고려하면, 풀타임을 소화하는 에이스가 아니라 제한된 역할을 하는 노장의 포지션으로 접근해야 하는 나이다. 브라질 대표팀 현재 구성을 보면, 측면 자원은 이미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공격수들로 포화상태다. 안첼로티 감독이 언급한 세컨드 스트라이커도 젊은 경쟁자가 많다.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에 능한 젊은 자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비에서 사실상 한 명이 사라지는 셈인 네이마르 기용은 상당한 모험적인 전술임은 부인할 수 없다. 브라질축구협회도 네이마르를 ‘단순한’ 벤치 멤버 한 명이 아니라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메가톤급 시한폭탄으로 여기고 있다.

내년 월드컵에 네이마르가 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다시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찬스를 부여받든, 혹은 조용히 대표팀 무대를 떠나든 남는 질문은 같다.

“네이마르는 스스로 괴물이 됐나. 축구 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

답을 찾는 과정이 극도로 산업화한 현대 축구 산업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출발점일지 모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