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 회사로의 전환과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통해 현대차(005380)그룹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 팬더믹이 한창이던 2010년 10월 회장직에 올랐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22년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세계 시장에서 총 723만여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000270)의 합산 매출액은 2019년 163조 8924억원에서 2024년 282조 6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5조 6152억원에서 26조 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다. 이는 2022년부터 3년 동안 매해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13조 86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2배 이상 상회했다.

현대차∙기아는 미래 모빌리티 주력인 친환경차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9 등이 업계 최고 권위의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됐다. 2019년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판매량은 37만여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4배가량 증가한 141만여대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가 이어지면서 2019년 138만여대에 머물렀던 친환경차 누적 판매대수가 올 상반기 700만대를 돌파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5.1%에서 지난해 19.4%로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PHEV 포함) 인도량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1300여대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토요타의 판매량(700여대)의 두 배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 결과 하이브리드차도 글로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올 1분기 판매 3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파워트레인별 친환경차 판매량이 일제히 최상위권에 포함된 업체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28종으로 확대하고, 2027년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2030년 친환경차 563만3000대 판매가 목표다.
정 회장은 자동차를 넘어 로보틱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세계적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로보틱스를 모빌리티 산업 밸류체인에 선제적으로 편입시켜 고객의 이동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미국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주력 제품군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로봇 ‘스팟’, 물류용 로봇 ‘스트레치’ 등의 생산을 추진한다.
SDV와 관련해선 지난 3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브랜드 ‘플레오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차량용 운영체제 ‘플레오스 비히클 OS’와 앱마켓 등을 공개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통합·제어할 수 있는 풀스택(Full Stack) SDV 구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내년 3분기에는 SDV 페이스카를 제작해 실증 테스트에 돌입하고, 2027년 말부터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은 42dot 및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AAM은 전담 법인 슈퍼널을 통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뉴스위크, 오토카, 오토모티브 뉴스 등 글로벌 매체들로부터 연이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은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토카는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놀라운 성장의 원동력이며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