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향한 트럼프발 ‘관세 폭격’이 현실화하면서 해외 여러 곳에 생산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정책적 불확실성까지 가세하자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리며 위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3일 “지금은 ‘강자의 시간’”이라며 “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날 구성원을 대상으로 CEO 메시지를 보내 “북미의 여러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에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짓고 배터리 모듈을 양산 중이다.
김 사장은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며 “미래 슈퍼사이클 도래 시 결국 실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제품 및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는 활동을 정말 우직하고 묵묵히 실행해 나갈 시점”이라며 “이런 자세로 준비하면 다가올 슈퍼사이클의 지배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기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에서 꾸준히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오퍼레이션 역량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 선정되며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1위를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경험을 축적했고,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도 지난달 22일 경기 시흥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행사를 갖고 “배터리는 결국 성장하는 사업”이라며 “지난해 경영이 어려웠지만 전 임직원이 힘을 합친다면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라고 구성원들을 다독였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나란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소재 제조사인 포스코퓨처엠 엄기천 사장도 지난달 17일 전 임원과 비상경영 계획을 공유하고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엄 사장은 “제조 경쟁력 강화와 혁신적인 조업 역량을 확보하는 데 매진하고,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사업은 지속 검토해 나가되 비핵심자산은 과감하게 조정해 나가는 등 회사 경영진들은 주요 경영 과제들을 철저하게 수익성 확보 관점에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선제적 위기 대응과 캐즘 이후의 성장을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2024년 경영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3조6999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액은 2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8.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소재 사업은 매출 2조3399억원, 영업손실 369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