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었던 혁신 연구개발(R&D)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보기 힘든 책임연구자들이 이렇게 한 곳에 있는 건 드물어요.”
정부가 R&D체질 개선에 고삐를 당기기 시작하면서 혁신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다. 하지만 R&D중에서도 혁신 R&D의 개념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9개 정부부처가 16일부터 사흘 간 세종청사 체육관 일원에서 ‘대한민국 혁신도전 연구공개전’을 개최한다.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고기나 흉터없는 수술로봇을 비롯해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와 달탐사선 모형 등 우주, 원자력, 국방,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 소재, 에너지 등 세계 최고·최초의 연구 성과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반도체 청정 클린룸 체험과 레이저를 활용한 나노소재 합성 시연 등도 경험할 수 있다. 범부처 APRO사업 정책과 연구개발의 기획, 관리, 활용 등을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서비스 기업들의 사업내용도 전달될 예정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6일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으로 연구 사업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간다는 의미를 알리기 위한 행사”라며 “정부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선도형 R&D로 전환해 세계 최고·최초에 30여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 R&D 예산은 1조 400억 원의 달한다”며 “이번 공개전은 연구내용을 국민들에게 소개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25년도 9개 부처청의 혁신 R&D는 35개 사업으로 총 1조 402억 원의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18일까지 사흘간 정부 세종청사 대강당서 전시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오픈랩의 메인 전시관은 혁신도전형 R&D를 의미하는 A·P·R·O(A관, P관, R관, O관) 연구관과 RND 지원관으로 구성됐다. 이들 연구관은 각각 목표위로A(Aim-High)관, 문제제로P(Problem-Solving)관, 방식새로R(Revolutionary)관, 실패경로O(Over & Over)관으로 명명됐다.
류 본부장을 비롯해 각 부처 담당자들이 처음 발길이 멈춘 곳은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부스였다. i-SMR을 개발하는 곳으로 2028년까지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시장에서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 측면의 경쟁력을 고루 갖춘 핵심기술 및 표준설계 인가 취득을 완료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간단한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2030년 수출달성을 목표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에 걸쳐 2단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민간이 함께 투자해 표준설계인가를 2026년 초에는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위넘고, 계단 오르는 모핑 휠·가볍지만 큰 힘내는 근육옷감
다른 한쪽에선 마네킹이 휠체어에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첨단로봇연구센터가 추진하는 연구 과제로 평지에서는 일반적인 휠처럼 강성의 원형을 유지하지만 장애물을 극복할 때는 휠이 말랑말랑하게 변해 장애물의 형상과 일치하게 변형돼 이동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는 휠이었다. 담당자는 “이동이 필요한 다양한 로봇에 범용적인 적용이 가능하고, 평지의 고속 이동 및 험지 이동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탑승형 이동체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너편 부스에는 옷감과 유사한 웨어러블 작업 슈트가 관람객들을 불러 모았다. STEAM연구사업으로 통산적으로 근력 보조 슈트가 무겁고 딱딱한 것과 달리 옷감처럼 가볍지만 큰 힘을 발휘하는 ‘근육 옷감’ 기술을 활용해 의복 무게인 1Kg수준의 가볍고 편한 근력보조 슈트를 구현해 낸 것이다. 책임 연구자는 “신체 약자와 산업근로자 등을 위한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활, 로봇산업 뿐만 아니라 소재, 섬유, 의류 패션산업의 타산업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고 동반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포치료제 전달 마이크로·나노로봇/불 안나는 배터리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STEAM연구사업(과학난제도전융합연구개발사업) 부스에선 세포치료제를 전달하는 마이크로·나노로봇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해당 연구단은 나노로봇과 자기장 제어, 신경과학 기술이 융합된 신경세포 전달 및 정밀 신경말 형성 방법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부스에 관심을 보인 참가자는 파킨슨 운동장애 극복 기술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해 연구자들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현재 수준에선 난이도가 높은 형편인 게 사실이나. 단순한 수동적 치료제 전달 한계를 극복하고 소량의 치료제로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한 동안 전 국민에게 전기차 화재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만큼 ‘불 안나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연구를 앞세운 부스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에스비티엘 첨단소재가 중심이 돼 화재·폭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차전지용 3중 열관리 소재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배리어 개발과 고효율 냉각 모듈 외장재를 개발해 앞으로 새로운 구조 설계 및 신규 소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문제 해결도 과학기술로…달 착륙선 실물도 선보여
목표위로A(Aim-High)관을 둘러 봤다면 문제제로P(Problem-Solving)관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진다. 경찰대학 산학협력단 부스에선 보이스피싱을 못하게 하는 AI형사가 소개됐다. 감염현장 긴급 대응 모듈러 격리 병실이 소개되거나 1cm도 놓치지 않는 긴급구조 내비게이션 등 치안현장 등에 맞춤형 기술들이 차례차례 소개됐다. 제3차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에 맞춰 앞으로 2027년까지 5년 간 추진할 사회문제해결 R&D정책과 과제, 문제해결 임무지향적 기술들이 소개됐다. 전자통신연구원 부스에선 스텔스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술개발을 선보여 공공임무에 무선랜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내용을 전달했다.
방식새로R(Revolutionary)관에선 또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자폐혼합형디지털치료제개발사업 일환으로 디지털로 자폐 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한 관람객은 몇 세부터 적용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상담자는 연령은 제한을 두지 않고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상담자는 “디지털 치료제로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적 상화작용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대형 우주수송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독자적인 달 탐사 역량 확보가 가능한 달 착륙선 △30일이상 성층권을 누리는 우주 드론 △흉터없이 내시경으로 수술을 하는 엔도로보틱스 등의 기술들이 소개됐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나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장기 등도 R관에서 볼 수 있다.
혁신도전형 R&D 제도개선 공청회 열고…실패강연회도 예정
이날 오후에는 세종청사 대강당에서 개최되는 '혁신도전형 R&D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APRO R&D 사업군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현황에 대한 정부 측 발표가 진행됐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을 좌장으로 혁신도전형 R&D의 성과와 한계 및 주요 쟁점, 혁신도전형 R&D 촉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패널토론과 현장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행사 이틀째인 17일엔 '문제해결 데모데이' 행사는 사회문제해결 R&D 우수성과 연구팀의 성과발표와 우수자에 대한 시상식(장관표창 6점, 세종시장상 1점, KISTEP원장상 4점)으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심사에는 대기업 공익재단, 벤처투자 전문기관 등 관련 민간 전문가들이 심사자로 참석할 예정"이라며 "정부 지원 사회적 연구 성과에 대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진출 기회를 부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다목적홀 O관 무대에서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재질의 폐용기를 수거하는 친환경 기반 순환경제 소셜벤처 창립자인 김정빈 수퍼빈 대표의 강연도 열린다. 강연에서는 김 대표의 지난 20년간 불굴의 도전 인생 강연과 올해 11월 개최된 KAIST 실패학회 참여 학생의 망한 과제, 불합격 등 각자의 실패를 딛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한 실제 경험담을 공유하는 대담 형식의 '실패강연회'가 진행되며, 현장 관객들과의 소통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