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지구 저편 오지에 최근 다녀온 선교팀의 얘기를 듣는 중 큰 감동을 입었다. “편안한 땅에 살면서 왜 이런 황무지에 찾아 왔나요?” 라는 현지주민의 질문에서 얘기는 시작되었다.
선교팀 한 분의 대답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나의 소명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라 생각해요”라는 것이다.
다녀와서 뒤돌아보니, 자신이 계획하고 시간 내어 다녀온 선교여행 이지만 그 이상의 영적 경험이었다고 한다.
험한 세월을 겪은 성서의 인물 중 하나는 요셉이었다.
어려서 형제들에 의해 타국에 노예로 팔려가, 그곳 타향에서 20년의 길고 말할 수 없는 고생의 세월이 지나 마침내는 타국의 지도자가 되었다. 주변 국가에 기근이 계속되는 때에, 형제들이 식량을 구하려고 멀리 와서 그들이 알지못하는 지도자 앞에 엎드렸을 때, 요셉은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다.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근심하지 마소서 형제들이여.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나의 하나님이 당신과 후손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나를 먼저 이곳으로 보내셨나이다.”
고생의 날들을 뒤돌아보며, 그때 그는 어려서 본 꿈이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해 냈다.
12월 첫주에 금년도 대강절(The Advent)이 시작되었다. 한 해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는 시간이다. 성탄을 앞두고 마음과 영으로 4주간 성탄을 맞을 준비 하며 기다리는 시간이라 하겠다.
이 기간 가정과 교회는 대강절을 기념하여 매주 촛불을 하나씩 밝히며 순례의 삶을 회고하는 동안 성탄의 의미를 새롭게 빚어 가게 된다.
병원원목으로 근무하기 위해 인증받는 과정인 임상목회교육(CPE)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가 있는데, 질병의 종류에 따른 슬픔, 장기치료 환자가 겪는 슬픔, 상실에 따르는 슬픔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슬픔의 모양 이해’가 있다. 삶의 여정 가운데 찾아오는 크고 작은 슬픔은 개인적 삶의 배경과 연령, 문화와 영성 등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찾아오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왜냐하면 슬픔은 하나의 단어임에도 그 슬픔과의 대면은 단순하지 않으므로 잘 견디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회복하는 데는 ‘슬픔의 모양’을 인식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해 대강절에는 ‘회고와 소망의 모양’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자문해 본다. 성탄의 좋은 소식이 없었다면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삶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성탄의 희생적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의 여정은 어떤 모양일까. 성탄의 기쁨이 없었다면 우리의 마음과 영은 어떤 모양일까.
지난 한해 뒤돌아보며, 나의 여정에서 성취와 돌봄의 수고가 있었다면 소명을 계속 이루어 가게 하심을 노래하자. 지난 한해 고생과 슬픔, 힘든 트라우마와 질병이 있었다면, 가장 초라한 곳으로 임하신 성탄의 희생을 통해 금세기를 사는 우리들과 후손들에게도 가장 경이로운 성육신의 선물이 임할 것을 함께 소망하자.
이 회고와 소망의 계절에 우리 모두 ‘나의 가족, 나의 생업, 나의 소명, 나의 꿈을 위해 하나님이 나를 먼저 이곳으로 보내셨다’는 영적 회복과 가정마다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올해 성탄이 되기를 반짝이는 불빛 가운데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